나는 명품이 좋다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안수경 옮김 / 사과나무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제 친구가 유럽 여행을 갔을 때 관광 코스에 루이뷔통 매장을 돌아보는 순서가 있었답니다. 근데 실제로 그 매장앞에 도착을 해보니 자유로운 분위기의 쇼핑이 아니라 사람들을 길게 줄서게한 후 매장 직원이 정말 물건을 구매할 사람만 가려내는 점검(?)을 한 후, 한사람씩 입장을 시키더랍니다. 물론 제 친구는 그저 구경이나 하려던 순수한 목적만 있었으므로 입장 거절을 당했고, 뭔가 차별 당했다는 억울한 느낌으로 운좋게 매장에 들어간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본 관광객들이 단체로 들이닥치더랍니다. 대부분 여성들이었는데 그들은 매장 직원의 어떠한 검열도 받지 않은 채, 그것도 한명씩이 아닌 떼거리로 매장 입구를 유유히 통과해 들어가더니만 30분도 채 안 되어 양손에 가득 바리바리 루이뷔통 제품들을 사들고 나오더랍니다. 하하~ 일본 여성들의 구매력이 그러하기에 명품 매장에서의 그러한 특권이 허용되나 봅니다.

이런 말씀을 서두에 드리는 건 이 책의 저자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는데 있어서 둘째 가라면 너무도 서러워 할 바로 그 유명한 '일본' 여성이고, 이 책의 내용도 명품 및 고가품의 쇼핑 체험담을 담고 있는 특이한 책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제 생활은 명품하곤 좀 거리가 있지만 명품에 환장(?)한 여자의 자기 고백이란 점이 꽤 흥미로워서 읽게 됐어요.

책 내용은 이젠 우리들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펜디, 루이뷔통, 구찌, 샤넬, 카르티에 등의 명품이나, 홈쇼핑 책자에 실린 과대 광고에 현혹돼 정말 말도 안되는 상품을 고가에 산 저자의 충동적 쇼핑 경험과 그후의 참담한 결과들... 고가품임에도 실용성은 하나도 없는 명품, 혹은 광고와는 100% 상반된 쓸모없는 제품들을 무리하게 구입하고 나서 느낀 후회와 자신의 성격에 대한 좌절, 그리고 산더미같은 빚, 연체된 세금들에 허덕이며 다시 그 명품들을 들고 전당포에 가서 돈을 얻어 쓰는 저자의 끔찍한 모습을 마치 한편의 코미디처럼 희화시켜 그려내는 자책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처음부터 큰 기대는 없었으나, 역시 재미삼아 읽을만은 한데 그닥 깊이는 없더군요. 그러나 지금 제 주변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명품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강제로라도 읽혀보고 싶네요. 뉴스에서 불경기 철임에도 명품 소비는 계속 늘고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봤는데 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네요. 저자가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일컬어 광적인 물욕에 사로잡혀 그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폭주기관차 같다고 표현했는데, 저자는 적어도 그 폭주기관차가 욕심 많고, 허풍장이며, 바보같고, 어리석다는 걸,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더군요. 단지 저자는 이런 병과도 같은 증상이 고치기도 힘들다고 단정 짓고, 오히려 그 증상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손에 넣기 힘든 명품을 입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제일 먼저 주문하여 물품이 오길 다리면서 기대로 들뜨고, 결국 손에 넣고선 도취에 빠져 사는게 스릴있고 꽤나 즐거워 보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굳이 저같은 걱정꾼들이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저자는 앞으로도 명품과 함께 행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 주위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저자와 같은 행복을 계속 누리지 않았음 하는 바램입니다만...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명품 집착증을 타인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과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고자 하는 우월감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데.... 그건 꼭 명품에 대한 집착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존재하는 근성이 아닌가 합니다. 저에게도 분명 그러한 면모가 있지요. 단지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분출되는가에 따라 저자처럼 나쁜 의미로 화제의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성공시대에 나올만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여튼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읽기에 좋은 책같네요. 특히 명품에 관심있는 분들은 더욱 재미난 읽을거리가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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