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레이디 투자 클럽
신시아 하트위크 지음, 노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리 주위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주식 투자에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던 작가의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익히 봐왔던 종류의 것이에요. 서술자는 분명 '나'라는 1인칭이지만 그 사람만이 주된 인물은 아니고, 여러 명의 공동 주연들이 등장하는데, 이 여러 명의 얘기들을 '나'라는 서술자가 관찰하고, 묘사해서 설명해주면서 자신에 관한 얘기들도 언급하는 구조...

주요 기둥은 평범한 아줌마들이 모여 너무나 우연한 이유와 기회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운이 좋아 성공해가는 과정의 묘사인데, 이 과정 중에 여러 등장 인물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각자의 문제나 갈등을 극복해가는 얘기들이 인물별로 그려집니다. 미국식 휴먼 드라마, 석세스 스토리, 해피엔딩, 에버 애프터, 약간의 페미니즘적 경향 등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기에 당연히 재미나고 잘 읽힐 수 밖에 없지요. 현실하곤 동떨어진 아름다운 동화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이 너무나 익숙해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구조와 만화같은 황당무계한 줄거리로만 일관했다면 아마 제가 쓰는 이 책의 리뷰는 '읽지 마세요'라는 딱 다섯 자로 끝났을 겁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대책없는 헐리우드식 해피엔딩 영화같은 책이거든요. 그리고 저자도 그런 줄거리만으론 420페이지를 채우기도 힘겨웠을 거고요. 그런데 이 책의 진정한 힘은 저자의 문체와 입담에 있더군요.

저자가 쓰는 문장의 호흡은 짧고 간결합니다. 그래서 깔끔하고 속도감이 생기지요. 군더더기 없는 약간은 건조한 듯한 문체...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거기에다 저자는 탁월한 묘사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까지 갖췄더군요. 눈에 확 띄는 유머가 아닌 보일 듯 말 듯한 유머... 그러나 말뜻을 곱씹으며 읽다 발견하게 되면 즉시 깔깔대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감칠맛 나는 유머가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더군요. 소설책 보고 이렇게 크게 웃어보긴 처음이었으니까요.

또한 작가는 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건 작중 서술자인 '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한가지 더 해서, 작가는 어떤 인물과 비슷하다든가, 어떤 영화나 어떤 소설 속 장면과 유사하다든가 하는 등등의 비유적 표현에 상당히 능한데 그 비유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드라마, 책, 영화들이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관심과 상식의 넓은 폭을 대변해 주는 듯 하더군요. 번역가가 친절하게도 그 수많은 예들에 관한 주석을 달아놓아서 더 재미난 책읽기가 됐지만, 한편으론 작가의 나라인 미국인들은 그 인용의 예를 자연스럽게 이해 못 하는 우리보다 더 재미나게 이 책의 묘미를 즐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의 진정한 힘은 작가의 서문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긴 글을 끝내지요.

'저는 1930년대의 유별난 코미디 영화, 특히 프랭크 캐프러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때로는 감상적이고, 때로는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늘 재미를 안겨주는 이들 영화는 보통 사람들도 그들 자신과 이웃을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일궈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위대한 신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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