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의 장영희님의 여러 글들에서 나타나듯이 이 책도 비슷한 글쓰기 형태와 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문사들의 어지간한 수필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안한 문체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진리들.....

하지만 그것이 평생 장애를 지니고 전투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독신 여교수님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이라 에이~ 뻔한 소리잖아...라는 푸념을 쉽게 할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상급 학교에 진학이 허락되지 않는 이유가 됐던 장애를 지니고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성치 않은 몸으로 혼자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서강대 영문학 교수가 되고, 많은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를 집필하고, 여러 유명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저자의 약력을 감안했을 때, 그의 글들이 입지전적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그는 허락하질 않더군요. 사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반듯함과 선함은 그다지 제게 다가오질 않았지요. 의례 수필을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반듯함을 가장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대신 저자가 이 책에 실린 '보통이 최고다'라는 글에서 'My Missing Piece'라는 짧은 동화를 인용해 언급했듯이 '완벽함의 불편함'이라는 메시지가 이 책 전반에 걸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데, 그 점이 있었기에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비록 신체적 장애는 지녔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단한 아버지가 있었고, 저자 자신도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올라섰으니 제가 봐왔던 다수의 교수님들처럼 권위와 체면을 앞세울 만도 하건만, 저자는 숨김없이 자신의 약점과 결점을 드러내놓고 천연덕스럽게 그것이 미덕일 수도 있음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읽으면서 느끼건데 저자의 모자라고 부족한 점은 저도 상당 부분 해당되는 것이기에 공감의 정도가 상당히 컸음을고백해야 겠네요. 부담없이 읽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이 많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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