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만나러 가는 길 - 김인성의 영국문학기행 2
김인성 / 평민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김인성의 영국문학 기행'이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쳤던 저자가 유명한 영국 작가들의 고향이나 생전에 살았던 혹은 인연이 있는 장소들을 둘러본 후 쓴 여행기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 중 다수가 영국 작가들의 소설과 시와 희곡을 공부하는 내내 언젠가 한번쯤 영국 여행을 하면서 작가의 숨결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꿈을 꾸어보는데, 저자는 그 이루기 쉽지 않은 꿈을 실천한 후 우리에게 '직접 가보니 이렇더라'...는 여행 후일담들을 친절하게 들려준다.

책이 두 권으로 출간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1권에서 다뤘던 시인들보다는(물론 1권에는 여류 소설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가, 희곡 작가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저자는 작가 이름으로 각 장을 시작하면서, 다음으론 영국 지명에 그리 익숙치 않은 우리 독자들을 위해 항상 여행지의 지명과 위치를 알려주는 영국 지도를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담은 영국 작가의 개인적인 삶과 작품 세계, 작가의 생가 등 관련된 지역에 대한 풍경 묘사에 저자의 느낌과 생각이 두루 어우러져 진행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기행문 답게 책의 많은 장은 작가들의 사진과 여행지 사진들, 작가들의 작품 인용문을 위해 할애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영문학 전공자인 나는 이 책 읽기가 재밌었다. 4년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울리기도 하고 웃게도 했던 수많은 영국 작가들과의 오랜만의 재회는 그것이 강의실 밖의 만남이었기에 더 유쾌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나의 대학 시절 꿈을 저자가 대신 이뤄 준 것을 나는 너무도 편안하게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보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비록 그것이 오감이 아닌 시각으로만 느껴야 하는 제한된 것일지라도.... 그러나 비전공자, 영문학에 관심 없는 사람, 혹은 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 영국에 아무러한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술술 잘 넘어갈 거란 얘기는 차마 못 하겠다. 책속에서 인용되는 작품들, 자주 등장하는 작중 인물들, 다 아는 얘기인 양 갑작스레 끼어드는 작품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 언제 들어도 낯설고 이상한 영국 지명,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은 작가들 이름에 짜증이 밀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분들은 책을 집어들기에 앞서 생각을 좀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와 같은 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저자의 글쓰기 태도만으로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본인은 공부가 부족하다고 그러시지만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한 분임에도 무척 겸손한 태도로 우리를 안내하며, 어조가 소박하고, 아기자기해 읽는 이를 마음 편하게 하는데, 무엇보다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은 은근슬쩍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점이다. 책보다가 혼자서 크득크득 얼마나 웃었는지.... 저자가 책에서 설명했듯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독특한 영국 산문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저자의 글쓰기가 딱 그러한 모습같았다. 영국문학 기행이란 실질적인 정보와 재치있는 저자의 입담까지 한번에 얻어갈 수 있던 책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맺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 이제 마지막 변명으로 이 여행기를 끝내야겠다. 영국 여행을 권하자고 이 여행기를 쓴 건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를 바라며 썼다고 해야 옳은 말이다. 영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이런 호기심과 애정으로 우리 나라를 다녔더라면. 하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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