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 웅진주니어 / 199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알게된 건 어느 교사가 고교생들을 위해 추천한 도서목록을 보고 나서였다. 목록을 훑어보다가 이 책제목에 끌렸지만 청소년 추천도서를 읽는다는 것이 좀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나중엔 책 읽어서 손해날 것 없다는 생각에 집어들었는데....

책을 처음 잡았을 때 특이한 책 구성에 우선 호감을 느꼈다. 이 책은 한가지 제목으로 모녀가 각자 자기 입장에서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얘기들을 유쾌한 어조로 들려준다. 또한 이 책은 형태는 소설이지만 실제 프랑스인 모녀가 어찌 보면 모녀간의 갈등이라는 그리 가볍지 않은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직접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따뜻하고 낙천적인 유머를 섞어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 내용은 우리가 흔히 겪어왔고 보아왔던 풍경들 그대로다. 그러나 저자들의 유머 감각 덕분에 익히 아는 그 얘기가 우리들 삶처럼 지루하고 짜증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나다. 고3과 중학생인 두 딸을 둔 엄마가 딸들을 기르면서 맞닥뜨린 당황스럽고, 기쁘고, 슬픈 순간들의 이야기, 특히 사춘기의 강을 건너자마자 고3을 맞아 예민하기 그지없는 큰 딸 때문에 모든 것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뤄야 했던 위기의 순간들이 엄마 편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반면에 힘겨운 학교 공부와 성적 고민, 쉽지 않은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걱정하는 것으로도 벅찬데 집에 오면 얄미운 동생에 가엾은 자기 신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 하는 엄마와 벌이는 매일 매일의 전투가 딸의 이야기에서 생생히 그려진다. 즉, 한 날, 한 시, 같은 상황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엄마 얘기로 들으면 엄마 의견이 옳은 것 같고, 딸 이야기로 들으면 딸 얘기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각자 얘기마다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상반된 입장의 두 사람에게 모두 공감하는 건 아마 나 또한 사춘기 시절 괜히 가족들한테 따뜻한 인사 한마디 없이 툴툴거리기나 하고, 망쳐버린 시험 때문에 누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펑펑 울고, 입을만한 옷이 없다고 매일 아침 짜증내고, 집안 일 도울 시간 없다면서도 전화통 붙들고 친구랑 몇 시간씩 수다 떨고, 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다 잘하는 기계가 될 수 없다고 화를 냈던 책 속의 알리야 같은 학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나중에 알리야 같은 딸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며, 자식이란 게 사랑으로만 감당하기엔 얼마나 사람 기운 빠지고 힘들게 하는 애물단지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으면서, 엄마편의 얘기가 가슴 한 가운데 탁하니 맺히는 것은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결혼을 했기 때문일까.... 엄마는 그렇게 십 수년간을 힘들어 하셨을 텐데 나는 이제 와서야 그걸 알다니..... 아니 어쩜 아는척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비록 문화가 확연히 틀린 머나 먼 프랑스인 모녀의 고백이지만 그렇게 모녀간에 아웅다웅 힘겹게 다투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다는 점에 있어서 그들의 사람살이도 우리네의 그것과 그리 다른 것 같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이 책은 저자가 도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청소년 도서로 출간했다지만,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이 청소년 도서로만 분류돼 있다는 게 안타깝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딸들이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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