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에 관한 우울하고 슬픈 결론
잉에 슈테판 지음 / 새로운사람들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서양인, 백인, 남자...라는 조건을 갖춘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지난 과거사에서 동양인, 유색인, 여자들은 항상 주변인일 뿐이었죠. 이 책은 그 주변인들 중에서도 여자, 그 중에서도 위대한 이름을 역사에 아로새긴 남자들 곁에 있었기에 제 빛을 발할 수 없었던 불운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입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톨스토이, 슈만, 피츠제럴드, 아인슈타인, 로댕, 마르크스, 햇세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과 그들의 아내, 혹은 연인의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잘 알려진 얘기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들도 있더군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유명인인 남편이나 애인을 위해 그 여성 자신 역시 재능이 뛰어났지만 스스로를 희생했던 내용을 소개한 것으로, 단순히 결혼의 폐해나 가부장 제도, 남성 우월주의에 희생당한 여성들의 사례를 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쓴 저자의 관점은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숨겨져 있던 여성들을 만인에게 알리면서, 그런 희생자 역할을 여성들이 더 이상 도맡지 않기를 바람과 동시에 그러기 위해서 여성과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개선책을 생각만이 아닌 행동에 옮기기를 바라는 게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지금의 사회상에 비춰보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주변인으로 인내하기만 하다가 사라진 그 여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여성들이 참아내고 희생했던 과거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여자가 희생하고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입니다. 주위에서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서 육아와 가사와 경제적 부담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우자의 이상과 꿈의 배에 동승하면서 자신의 꿈을 쉽게 접어버리는 걸 저도 많이 봐왔으니까요.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현실의 이런 부분들이 저자가 이 책을 펴내게 된 이유겠죠. 저는 그들처럼 우리 시대의 어느 여성들 또한 훗날의 역사 속에 '그들은 재능은 있었으나 그들의 꿈을 펼치기엔 제도와 관습과 자기 능력을 펼치는 데 있어서 불운했다.'라고 기록되는 일이 없도록 여성들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알게 된다는 단순한 관점에서 봐도 괜찮은 읽을 거리고, 나아가서 여성주의 관점에서는 더욱 더 매력적인 읽을 거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 무엇을 끌어내는가는 독자들 각자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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