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이렇게 억울하고 순진해도 되는 걸까? 산군이라 불리며 위엄을 뽐내야 할 호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호랭이가 되었다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던 옛이야기를 뒤집어 보는 발상이 무척 재미있다.단군 신화 속 호랑이는 참을성이 부족해 사람이 되지 못했고, 옛이야기 속 호랑이는 사람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기억된다. 하지만 호랭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은 아니었던 걸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갖 소문이 쌓이고, 어느새 모두가 그것을 진실처럼 믿고 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호랭이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게 느껴진다.특히 웅녀 꼬미의 반전 매력은 예상 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옛이야기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우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산신 할아버지와 엉뚱하지만 다정한 승제, 오지랖 넓은 박박이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소동도 유쾌하다. 한연진 작가의 그림은 호랭이의 순진하고 어수룩한 매력을 한층 더 살려 주어 읽는 내내 미소 짓게 한다.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가짜 뉴스와 소문, 사실 확인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들은 이야기를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어도 되는지,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무겁게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1권부터 호랭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고, 어수룩해도 너무 귀여운 호랭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호랭이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익숙한 옛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