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아이. 이름은 윤수나. 어릴 때의 사고로 등이 굽은 아이. 두다리가 아파서 몇년동안 집밖을 못나간 적도 있었고, 눈병을 달고 살았으며, 중이염으로 귀에서 고름이 줄줄 흐르던 아이. 나는 "하늘까지 75센티미터"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수나를 만났다. 위에서 얘기 했듯이 수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불쌍함이 철철 흐르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수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읽는 내내 가슴이 뿌듯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책을 쓴 저자인 안학수씨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 황석영씨의 "개밥바라기 별"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파먹고 살아야 한다고... 그만큼 고달프고 그만큼 자신을 발가벗겨 놓는 듯한 느낌일까? 이 '하늘까지 75센티미터'는 안학수씨의 인생을 품고 있었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니 수나가 보였고, 활자 안에서 나는 저자의 눈물을 왈칵왈칵 느낄 수 있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을 찾고 절망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속에서 더 아파하고 더 인정 함으로써 사람냄새를 물씬 풍기는 저자의 이야기. 늘 있는 그대로의 현실보다는 밝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또다른 인생의 풍경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 바로 이 현실을 가장 먼저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걸 나는 수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어린나이의 수나가 겪어온 많은 인생의 발자국들은 나를 다시 나의 어린시절로 데려가 주었고 그때의 나를 다시 돌아보며 내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상처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어했던 나의 모습들을 인정하게 되었다. 어떤 인생이든 삶이 소중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육체적으로 아프고 연약할지라도 그 인생은 소중히 아껴야만 한다. 전혀 삶의 낙이 없을 것만 같이 보이는 수나는 세상을 향해 여러번 외치고 있었다. 우리가 작은 인생이라고, 이정도면 삶의 낙이 없을 꺼라고 생각하는 인생도 자기가 어떤 마음을 먹고 살아가는가에 따라서 향기나며 빛나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꺼라고. 그렇게 내가 책을 읽는 내내 외치고 있었다. 나는 수나의 외침을 들었고, 저자의 이야기 중에 나에게만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속삭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듯 하나 가볍지 않은 인생의 깊이가 있는 소설. 저자의 삶의 진한 내가 우러나올 것만 같은 소설. 오늘 내가 만난 '하늘까지 75센티미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