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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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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 구내식당 천장에서 32구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

당시 내나이 8살이었다. 아마 나의 부모님 세대는 알고 있었을테지만 당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일까? 나는 이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려 할때 이 책에 쓰여진 배경이 "오대양사건"이라고 해서 찾아보게 되었고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집단 자살 사건. 방금 이야기한 대로 이 책의 쓰여진 배경은 이 오대양 사건이다. 여기서는 신신양회라는 회사로 이야기 하고 있고 그 자살한 사람들의 자식들이 주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이 자녀들은 사건이 일어난 후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가 그네들이 어렸을적 살았던 터전에 다시 모여서 회사를 재건한다. 그리고 [A]라는 발신인이 쓰여있는 편지를 특정한 사람들에게 발송했다.

이야기는 신신양회에서 자라고 집단자살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서정화의 눈먼딸이 이끌어간다. 그녀가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온 몸으로 느낀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집단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어머니"라는 사람이 이 사회를 어떤식으로 주물렀는지 책에서 이야기하는대로 신신양회를 이끌기 위해서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육체적 즐거움을 주고 그들의 아이를 그네들이 모르게 키우며 이 일을 빌미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고 어머니에게 이용당해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와 이모들의 인생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아마도 화자가 이야기하는 신신양회의 엄마와 이모들의 삶은 그리 불행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들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다. 아무리 힘든일이 있어도 그것을 수다와 웃음으로 넘겨낼 수 있었던 그녀들의 삶. 때로는 이것이 정말 무서운일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만큼 사람에게 종교란 삶 깊숙히 파고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듯 하다.

분명 이 책의 배경은 어두운 사건인데 이 책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우리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인것 같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내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소설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맨 마지막에 묻는다.
과연 당신에게 [A]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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