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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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는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환경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직접 발견되고 주어지며 이전된 환경 속에서 역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 내 눈에 읽혀졌던 글이다.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한 문단의 글은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책장을 닫는 순간까지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리강. 시대는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식으로 한 통일 이후. 우리가 그토록 소원이라고 외치던 통일이 된 이후의 이야기라 읽으면서도 눈앞에 펼쳐질 이야기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자는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몇일 째...를 계속 이어가며 독자들을 인도한다. 리강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우연치 않게 한 여자를 구해주고 그로인해 거미줄처럼 얽혀가는 인연의 끈들. 그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난투극.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통일이란 것에 대해서. 어릴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부르면서 자랐고, 통일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비치면 완전 정이 없는 미친놈 소리를 들을 뻔 했던 나의 어릴 적. 저자는 우리들에게 통일이 되고 나면 벌어지는 많은 가능성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사회에 관하여 어두운 면을 많이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 통일이 된다고 하면 저자가 상상으로 펼쳐낸 이 상황들이 정말 내 눈앞에 닥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통일 전에 우파들은 북한 사람들을 걱정 했던 게 아니라 그들에게 공으로 퍼 주는 게 아까웠던 거야. 좌파들은 동포애를 주둥이로만 나발 거렸을 뿐 막상 옆집에 이북 사람들이 살게 되니까 너무 좆같은 거고.]

이 말은 리강과 조금이나마 마음이 맞았던 이선우가 리강과 술 한잔 나누며 했던 이야기이다. 왜 이렇게 암울하게만 이야기 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지금의 현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선우는 또 이런 말을 한다. [한국에서 출세 하고 싶거든 절대 비판하지 마라. 비판은 곧 죽음이다. 죽음.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거든 열라 큰 그림을 그려서 얘기해. 못 알아듣게. 회사 중역들이 기분 상하면 그날로 좆 되는 거야.]

사실 이선우의 이 말에는 지금 우리의 현실도 이야기 하고 있는게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에 못지 않은 세상이니 말이다.

그리고 가장 공감했던 한마디.

[너무 많이 알고 있으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이 없으면 말을 하면 안 되는 거고.]

현실을 비판하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듯해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세상을 향해서 늘 외치고 싶지만 외치지 못하는 흔히 말하는 약자들. 그 약자들은 정말 힘이 없어서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책의 이름이 [국가의 사생활]인 만큼 지금 현실보다 어느 정도 앞서있는 대한민국의 한 내면을 살짝 들춰본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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