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메릴 호
한가을 지음 / 엔블록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엔 그저 가벼운 동화책이거니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다.

난데없이 걸려오는 메릴호 선장을 찾는 전화. 주모이. 이 주인공을 찾는 전화다. 아니 21세기를 살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무슨 선장? 모이는 몇 번이나 걸려온 전화내용을 확인한 후에 더없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선장 이라구? 미래에서 전화를 하는 거라구? 이런 황당한 전화 후에 등장하는 건 마르치니 에르고스페네. 일명 마치라고 불러달라는 쪼그만 여자아이. 자기가 알모타 제국의 공주란다. 어머나 세상에. 이건 또 무슨 얘기지?

그랬다.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읽어온 환타지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전혀 뜬금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어릴 적 내가 상상 속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 어디선가에서 한번은 들어봤을 것 같은 이야기...

모이를 통해서 나는 내 어린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모이 아버지가 채권단에게 빼앗기는건 신체장기 같은 것들이 아닌... 마음속 어느 한구석에 있는 엄마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기억, 그것을 주겠다는 계약서. 그 사실을 알고 아빠를 보호해야만 했던 모이는 마치와 함께 아주 우연하게 메릴호에 승선을 하게 된다. 여기서 벌어지는 모험들은 어린 모이가 겪기에는 참 험난한 모험이었지만 역시 미래의 메릴호 선장답게 모이는 침착하게 헤쳐 나간다. 엄마를 찾겠다는, 아빠를 구해야만 하는 그런 일념 속에 모이는 한단계 한단계 잘 해결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보물도 탈환하고 알모타 제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엄마.

모이는 이 여행을 통해서 이미 많이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보고 싶던 엄마를 만난 후에도 엄마에게 같이 돌아가자고 떼쓰지 않는다. 엄마가 왜 떠나게 되었는지...  엄마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모이선장. 모이선장은 믿었다. 엄마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돌아가는 모이선장.

읽으면서 가장 감탄사가 나왔던 곳은 탐욕스런 늙은 선장의 옆얼굴을 발견했을 때였다.

“이야~~~ 이거였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나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사실은 책을 읽으면서 모이가 자라는 것처럼 내가 자라는 것 같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항해를 통해 자라온 것처럼....

내가 지금 살고있는 이 세계도 마치 메릴호를 타고 항해를 하는 것처럼 나도 내가 가진 보물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주모이. 이 친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조금더 배웠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나같이 이미 어린시절이 지나버린 어른에게도 필요한 동화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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