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동물 농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5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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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부분부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완독하는 건 처음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얼마 전에 다 읽고 엄청나게 긴 여운이 남았었는데, 동물농장도 그렇네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이 엄청 어려울 줄 알고 겁을 먹었었는데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번역이 잘 돼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조지 오웰의 글솜씨가 대단한 걸까요. 쫀득쫀득한 글빨에 빨려들어가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는 소련을 방문해 본 적도 없고 소련에 대한 나의 지식도 기껏해야 책과 신문을 통해 얻은 것이 고작이다. 설령 내게 힘이 있다 해도 나는 소련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도, 야만적이고 비민주적 행위를 했다고 해서 스탈린과 그의 추종자들을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판 서문)
서문에서는 이 부분이 참 재밌습니다. 먼저 소련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하는 겸손함을 보여줍니다. 그러고나서 뒤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시 빠져나갈 뒷구멍을 마련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마치 `판사님, 이 글은 고양이가 썼습니다`와 같은 발언이라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사실 이 글은 멍멍이가 썼습니다.)

비록 조지 오웰은 그 당시 소련의 왜곡된 사회주의의 모습을 비판하려고 썼겠지만 지금와서는 내용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소수의 권력층인 돼지들에게 지배당하는 모습은 지금도 비슷하려나요. 절대권력을 차지한 돼지들이 7계명이라는 법 위에 군림하면서, 또 그 법을 바꿔가며 자기들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멍청한? 불쌍한 다른 동물들이 휘말려가는 모습은, 꼭 소련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지 않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등장동물은 당나귀 벤저민입니다.
농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벤저민은, 오히려 방관자로서 사건에서 겉돌기만 합니다. 심지어 7계명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침묵을 지킬 뿐입니다. 벤저민이 잘했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그의 행동은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만약 너가 벤저민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좀 고민이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동물들은 결국 동물농장에서 인간의 밑에서보다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오히려 세뇌되어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지만요. 그럼 동물농장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이미 벌어져있는 상황이라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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