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었을 때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그 책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화단에 줄지어 다니는 개미를 기본적인 생물학적 지식으로만 바라보던 나에게는 작가가 펼친 이야기의 세계는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회를 형성하고 침입자(손가락)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방법을 고안해내는 장면들은 인간사회와 매우 흡사했으며 고등적인 생각을 하는 생물로 느껴지기 까지 하였다. 그 뒤로 접한 그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문학 작품 [뇌], [파피용], [나무], [타나토노트] 등에서 맞이 할 수 있었다.


소설 [잠]은 잠에 대한 작가의 심오한 고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카롤린 클라인이 말한 것처럼 인생의 1/3을 잠을 자는데 소비한다고 하니, 잠을 자는 행위가 잉여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잠에 대한 탐험은 획기적인 발견으로 다가 올 것이다. 잠을 자면서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은 육체는 누워있지만 영혼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육체는 잠을 자지만 잠의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타나토노트]에서 보여준 죽음으로부터의 여행과 흡사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내용으로 잠시 넘어가면 카롤린 클라인은 수면에 관해 <비밀계획>을 추진 중인 수면과학자이며, 아버지는 홀로 배를 타고 향해하는 모험가이다. 자크 클라인은 이런 부모 밑에서 냉철한 삶의 진리를 배운다. 우연히 영화<죠스>를 목격한 자크 클라인은 물에 대한 공포심을 느낀다. 물에 들어가면 상어한테 잡아 먹힌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힌 자크 클라인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수영 실습에서 공포가 극도로 발휘되고 결국엔 수영 수업엔 열외된다. 이런 수영공포증에 대한 해법으로 아버지는 현실주의적 과학으로 아이에게 설명을 하고 어머니는 잠에서 해답을 찾는다. 이 장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꿈을 내가 원하는데로 꿀수있게 만드는 것이다. 공포의 대상을 꿈에서 맞이해 극복한다는 설정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비밀계획>의 윤각이 들어나는 순간이다. 꿈에서 자크 클라인의 학업부진을 잠을 자면서 해결하는 장면은 암기와 정답을 원하는 우리내 현실에 가장 쓸모있는 잠의 활용 방법이라 흥미롭게 다가왔다.


<잠1>에서는 어머니의 <비밀계획>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비밀계획>은 이것이다하고 제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비밀계획>을 알고 있는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 마저 사라져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업친데 덥친 격이라고 자크 클라인의 꿈에 등장한 미래의 자크 클라인의 충고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끌고 다닌다. 사라진 카롤린 클라인이 정말 죽었을까? 그녀가 말한 <비밀계획>을 자크 클라인의 꿈에 등장한 미래의 자크 클라인을 보면 그녀가 말을 해준 것이 아니라 자크 클라인 본인이 해법을 찾았다고 보여지지만, 죽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쉽게 죽을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번역가 전미연의 번역도 돋보인다. 외국 문학 작품들의 작품성은 번역이 90%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도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한 것을 보면 번역이 차지하는 부분이 문학 작품 창작만큼이나 대단한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내 현실에 맞게 의역하는 것 혹은 그 작품의 본연의 색깔에 따라 직역하는 것은 번역가 본인의 몫이다. 단순 번역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번역될 작품이 가지는 순수한 가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문학 작품으로 읽기 쉽게 번역하는 능력은 전미연 번역가는 가지고 있는 듯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1>을 다 읽는 순간 <잠2>를 손에 들었다. 작품이 가지는 흡입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전 작품과 동일하다. 작가가 펼치는 잠에 대한 새로운 상상, 그 신비한 체험을 모두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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