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림의 마음을 읽는 시간

그림의 마음을 읽는 시간 - 내 삶이 흔들릴 때 명화를 찾아서
이윤서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7년 7월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 슬픔이 묻어난다. 성직자의 길을 갈망하던 빈센트는 신학대학에 낙방하고, 전도사 양성과정에서도 자질이 부족하다고 하여 전도사가 되는 꿈은 좌절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은 가족들의 반대로 물거품이 되었다. 괴팍한 성격과 발작 때문에 주위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되고 혼자 지네며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평생에 걸처서 단 하나의 작품밖에 팔지 못한 고흐는 지독한 가난 속에 살았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의 감동은 작가의 내면의 모습을 알게 되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림의 마음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지금 내가 작품을 바라 볼 때의 상태는 어떠한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숨은 의미와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태가 오버랩이 될 때 작품은 진정한 내 것으로 다가 온다. 그림을 통해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분노도 느끼며 단순한 감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미술 작품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가 감상할 수 있도록 책으로 엮어 냈다.

책은 고흐, 까미유 끌로델, 앙리루소, 신사임당, 뭉크 등 동서양을 아루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가 바라본 작품들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주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 왔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와 쿠엔트 마시스의 작품은 아직은 난해하여 이해 할 수 없었다. 쿠엔트 마시스가 그린 ‘추한 공작부인’은 작가가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객관적으로 작품 자체가 워낙 괴랄하여 그런 것 같았다. 영원한 후원자였던 동생 태오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려주었던 고흐의 ‘아몬드 나무’란 작품에서는 고흐의 작품에서 지금껏 보지 못하였던 밝음을 보았다. 생명탄생의 신비와 삼촌으로서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르네 마그네트의 작품 ‘중절모를 쓴 남자’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나의 과오가 생각이 났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을 읽은 사람이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자신의 주관과 작품의 객관성이 만나면 작가가 의도한 결론이 있을 지언정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다른 감정과 다른 결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읽은 그림의 마음은 순전히 작가가 읽은 그림의 마음이다. 내가 읽은 그림의 마음은 아니다. 허나 작가가 책에서 서술한 작품이 가지는 객관적인 사실 즉, 작가들의 일생을 알고 보면 작품의 깊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작가가 책을 지은 의도도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