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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책을 펼쳐 들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미동도 안보이던 물을 서서히 김을 내며 끓기 시작하면서 끓는 점을 넘어서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부글부글 솟아 오른다. 제인 하퍼의 대뷔작 <드라이>는 이와 같았다. 커피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끓이기까지 사건의 진실은 천천히 커피 포트의 물처럼 미동도 없다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야기는 사상 최악의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가뭄을 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어릴쩍 친구였던 루크와 그의 가족의 사망이란 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고 에런 포크는 조의를 표하려 장례식에 왔다. 농장을 경영하는 루크가 가뭄으로 인한 경영 악화로 아들과 아내를 죽이고 자살하였다고 밝혀졌는데, 루크의 친구였던 포크는 루크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이 아님을 의심하여, 지역 경찰관과 같이 수사를 하게 된다.
과거의 추억과 지금의 현실을 교차하며 살인 사건 전말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되는 과거 회상은 빛바랜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의 전체적인 플롯이 루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핵심인 것 같았지만 이야기의 중반으로 접어들면 포크에 대한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풀어나가고 있다.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포크의 직업, 비밀을 간직한체 살아가고 있던 친구의 고백, 의심스러웠던 주위사람의 행동, 완벽하게 보였던 CCTV의 알리바이,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만나게 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루크 가족의 비극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 포크가 모르고 있던 과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읽은 추리,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인 하퍼의 소설 <드라이>는 올여름 휴가지에 여행을 갈 때 가져가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올 여름을 시원하게 보넬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