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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고전 - 중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동서양 고전 이야기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중등 필독 고전』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함없이 가치를 지니는 고전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다. AI 시대라 불리는 지금, 지식과 정보는 손끝 하나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가 모든 세대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책을 읽는 일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영상은 짧고 빠르지만 휘발성이 강해 금세 사라진다. 반면 책은 마음속에 오래 남고, 문장을 따라가며 머릿속에 장면을 그려보는 상상력과 사유의 깊이를 선물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독서의 힘, 그리고 고전이 가진 지속적인 생명력을 중학생 눈높이에 맞게 전달해 주며, 중등 필독서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전 읽기는 분명 쉽지 않다. 현대 학생들이 즐겨 읽는 웹소설이나 라이트노벨에 비하면 문체도 어렵고 전개도 느리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장벽을 낮춰준다. 단순히 고전을 요약하거나 줄거리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이야기 속에서 생각할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줄거리 이해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질의응답,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확장, 교과 연계 구성은 학생들이 고전을 단순한 시험용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재료’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청소년 문해력을 높여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책은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동양 고전 문학, 동양 철학과 윤리, 서양 고전 문학, 서양 철학과 윤리. 각 영역은 고전의 대표적인 작품과 사상가를 다룬다. 예를 들어 동양 고전 문학에서는 『홍길동전』, 『구운몽』, 『운수 좋은 날』, 『메밀꽃 필 무렵』 등이 등장하고, 철학과 윤리 파트에서는 공자, 맹자, 순자, 장자 같은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양 고전 문학에서는 『어린 왕자』, 『베니스의 상인』, 『노인과 바다』, 『1984』 같은 작품이 소개되며, 철학 윤리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푸코 등 다양한 사상가의 핵심 사상을 다룬다. 이렇게 총 32가지의 고전이 짧지만 알찬 인문학 이야기로 엮여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단순히 작품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날 사회와 연결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1984』를 읽으며 감시 사회와 개인의 자유를 떠올리고, 『홍길동전』을 통해 정의와 신분 제도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사고의 확장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는 교과서와의 연계 설명이 있어 학교 수업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국어 교과의 작품 이해나 논술, 서술형 문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끌리는 작품이나 철학자부터 골라 읽을 수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이고 독서의 흥미를 높여준다. 각 이야기가 길지 않아 짧은 시간에 한 편씩 읽기에도 적당하다. 책을 읽는 습관이 부족한 학생이라도 조금씩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여러 고전과 친해질 수 있다. 저자의 이전 저서인 『중등 필독 신문』 시리즈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두 저자는 중학생의 사고력과 인문학적 성장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교육자이다. 이 책에서도 그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로 안내한다.
『중등 필독 고전』은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길잡이다. 이 책을 통해 고전의 세계를 만나면 옛이야기를 아는 것을 넘어 ‘지금’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국어 공부의 기초를 다지는 동시에 사고력과 문해력을 기르는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 책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유의 힘은 여전히 중요하며, 이 책은 청소년이 그 힘을 키우는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