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철학’이라는 과목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도덕’이라는 과목 속에 서양과 동양의 철학자들이 등장했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개념들을 외우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특히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은 이름도 비슷하고 시대 구분도 어려워서, 그들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며 조금씩 감을 잡고 있지만, 여전히 철학사의 큰 흐름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다.
이 책의 저자 강성율 교수는 방황하던 중학교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에서 철학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야 철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철학과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철학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건 아니었지만, 철학의 매력은 그를 철학 박사의 길로 이끌었고, 지금은 광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서 수많은 논문과 철학 도서, 장편소설까지 집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서양 철학의 고대부터 시작한다. 고대 철학은 불합리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다면 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책은 고대 철학을 자연철학, 아테네기의 철학, 헬레니즘-로마 시대 철학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중세 철학(기독교 사상과 스콜라 철학 중심), 근세 철학(합리론, 경험론, 계몽주의, 관념론, 공리주의 등), 그리고 현대 철학(유물론, 비합리주의, 실존주의 등)으로 이어지는 철학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 입문서라는 점이다. 철학은 청소년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주제이고, 최근에는 문해력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이런 현실을 의식해서인지, 저자는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배경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책 여백을 활용해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다. 또, 흥미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삽화와 그림도 함께 실려 있어, 단순히 텍스트만 나열된 철학책과는 차별화된다.
책 머리말에서 작가는 철학을 이렇게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