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좋은 일이 생길지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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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이게 정말 나일까?』와 『이게 정말 사과일까?』였다.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펼쳐본 이 책은 단번에 나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후 그의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게 되었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안달, 해외 작가 중에서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고라고 말하며 찾아 읽었다. 그의 작품은 읽는 내내 참신한 발상과 따뜻한 유머, 그리고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매번 새로운 감탄과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평소에도 생각난 아이디어를 연습장에 끊임없이 그려두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런 그의 낙서장조차 책으로 묶여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이라는 작품으로 출간될 정도다. 이쯤 되면 어린이책의 무라카미 하루키라 부를 법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출판사 직원들이 작업실을 뒤적여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적이 있다.) 최근에 읽었던 그의 책 『별별 직업 상담소』는 단순히 재미있는 직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 진지한 위로와 방향을 제시하는 귀중한 작품이었다.


이번에 읽은 신간 『어쩌다 좋은 일이 생길지도』는 걱정이 많거나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건네는 작지만 확실한 응원의 메시지다. 책은 얼핏 보면 “이게 뭐지?” 싶은 내용들로 가득하지만, 읽고 나면 “그래, 바로 이거였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신기한 힘이 있다. 예컨대 오늘 점심, 책에서 제안한 대로 같은 물건을 마주보게 놓고 메뉴를 고민했더니 놀랍게도 결정이 쉬워졌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그 순간만큼은 평범한 일상이 작은 기쁨으로 변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과일을 이마에 올려 놓으면 중요한 일이 떠오른다’는 구절(?)이다. 누가 과일을 이마에 올리겠냐마는, 막상 아무 생각 없이 해보면 정말 중요한 일이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처럼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별거 아닌 행동과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얼마나 큰 선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그의 작품이 가지는 진짜 힘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마음이 무겁거나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날, 가방 속에 이 책 한 권을 넣어 다니다가 가볍게 펼쳐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뜻 권할 수 있는 책이며, 짧은 유튜브 영상보다 훨씬 간편하고 즐겁게 기분을 환기시켜준다. 하루종일 기분 좋아지는 책, 『어쩌다 좋은 일이 생길지도』는 오늘도 우리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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