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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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이해하는 일은 많은 이들에게 높은 장벽처럼 느껴진다. 특히 ‘양자역학’이라는 말이 등장하면 대부분은 자동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건 과학자들이나 다루는 거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다. 유튜브에서 과학 채널(과학을 보다, 범준에 물리다 등)을 즐겨보며 양자 역역학에 관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원자폭탄과 양자역학의 관련성에 대한 영상을 접하긴 했지만,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이 책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 책의 저자인 채드 오젤은 물리학자로서, 양자역학이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현대인의 교양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스마트폰, 컴퓨터, 레이저, 반도체 같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의 근간이 되는 양자역학이지만, 그 원리를 접할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고 어렵기만 하다. 저자는 이런 복잡한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아주 특별한 조수를 등장시킨다. 바로 자신의 반려견 에미(Emmy)다.


에미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에미(강아지)는 세상의 이치를 기존 지식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고 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점이야말로 저자가 에미와 양자역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로 한 결정적 이유다. 에미는 만약 갑자기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진다면 사람처럼 “왜? 어떻게?”를 따지지 않고,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졌구나” 하고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접근이라고 말한다. 양자 세계는 우리의 직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존의 고정관념 없이, 마치 강아지처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에미와 저자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청소년이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장점이다. 번역에 따른 대화의 부자연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파동-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양자 얽힘’, ‘터널 효과’, ‘양자 공간이동’ 같은 복잡한 개념들도 에미의 일상적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단순한 개념 설명을 넘어, 과학적 사고방식 자체를 독자에게 전수한다는 점이다. 양자역학의 이론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실험으로 증명되었는지, 철학적으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를 함께 소개하며, 독자가 과학을 단순한 지식이 아닌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특히 벨의 정리, 아스페 실험 같은 논의들은 단지 과학기술의 배경지식이 아닌,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청소년들이 학교 교과과정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양자역학을 이렇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과학을 어렵게 느끼던 이들이라면, 그리고 ‘양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지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는 단순히 과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질문하는 즐거움, 이해하는 기쁨, 그리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는 철학서이기도 하다.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미래 기술에 궁금증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지금, 강아지 에미와 함께 그 신비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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