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대예보: 호명사회 ㅣ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평점 :
현대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에 속해서 일을 한다.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내면 소속된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유명해진다. 어느 광고 회사의 김 부장, 어느 물류 회사의 이 과장, 어느 유통회사의 최 대리 등 과거에는 이런 성과가 개인이 아닌 조직의 대표성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개인의 이름이 대표되고 있다고 한다. 어디 부장, 어디 사장, 어디 대리 등 조직에 속한 직급이 아닌 자기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핵개인의 시대. 저자 송길영은 이를 두고 <호명사회>라고 정의했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시뮬레이션 과잉이란 제목으로 미래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과거 보다 상승되어 발생되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의 데이터를 토대로 내가 닥칠 상황을 준비하고 적용한다. 이런 상황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대를 가기 위해 유치원부터 준비한다고 하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2장에서는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한 열정 가치의 폭락으로 무리하지 않게 일한다고 하며 이른 퇴직으로 인한 대비를 빠르게 준비한다고 한다. 제3장에서는 자기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명확성 ‘호오’를 통해 자립을 찾고 있다고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깊어지고 깊어짐으로써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 내 것이 된다고 한다.
또한 4장에서는 선택의 연대의 제목으로 일상에서 내와 같은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과 얕으면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5장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호명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이런 사회 변화는 유동화와 스트리밍화를 통해 한 사람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과 자동화 플랫폼을 통한 극소화와 극단화로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기에 가능하다. 개인의 성과는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 철저히 귀속된다. 이는 새로운 공정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지급이나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호명되며 누구도 착취하지 않는 대등한 연대로 결속된다.
사실 이런 사회는 서구에서 이미 자리 잡은 사회형태이다. 조직에 속하기는 쉬우나 능력이 없으면 잘리고 능력이 있으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이직한다. 기업의 뚜렷한 성과는 나의 커리어와 이루어지며 또 다른 발전을 위해 다른 길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같이’와 ‘함께’라는 단어를 좋아했으며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이상적이라 생각해왔기에 내가 속한 조직을 이탈할 경우에 ‘배신자’, ‘변절자’, ‘기회주의자’라는 온갖 부정의 표현으로 비방했다. 하지만, 해 개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은 내가 능력이 뛰어나면 어디서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는 개인주의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과도기. 이 과도기를 넘어서는 순간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이 아닌 ‘나’를 온전히 ‘나의 이름’으로 설명하는 사회 <호명사회>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