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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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타는 성공한 건축가로 됴코 중심에서 전망 좋은 아파트에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와이프 ‘미도리와’, 아들‘게이타’와 함께 살고 있다. 성공만 바라보고 달리는 료타는 가족보다는 항상 일이 먼저였고 그럴듯한 휴가 한번 가보지 못하고 있다. 아들 게이타는 자신처럼 완벽하고 스마트한 삶을 살길 바라는 것인지 면접 전문 학원까지 보내면서 끼지 명문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상류층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료타. 하지만, 게이타는 료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료타와 아내 미도리는 게이타를 낳은 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6년 동안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소식이다. 병원에서 간호사의 실수로 아들이 바뀌었다고. 충격을 받은 미도리와 달리 료타는 평소 아들의 행동이 자신과 다르다고 느꼈기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낀다.

바뀐 아들 즉, 친자인 류세이가 사는 곳은 낙후된 지역인 군마현이고 그곳에서 허름한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는 유다이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바뀐 아들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와중에서도 위자료에 대한 말을 먼저 꺼낸 유다이의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직장 상사에게 보고 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데 직장 상사는 차라리 둘 다 키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는다. 료타는 변호사 친구에게도 의논하지만 그렇게 아들을 쉽게 내어줄 수 있겠느냐고 되묻고 양육권을 박탈하기보다는 상당 수준의 돈을 주고 데려오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한다. 하지만, 유다이의 모습은 겉모습과 상당히 달랐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아주는 멋진 아버지였던 것이다. 료타는 회사일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며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유다이에게 말하지만 유다이는 아버지 또한 자신밖에 할 수 없다며 아버지 노릇도 중요하다고 일침을 날린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낀 유다이에게 한 방 먹은 료타는 홧김에 돈은 달라는 데로 다 줄 테니 아이들 달라고 화를 내자 유다이는 료타의 머리는 때리며 아이들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 화를 낸다.

결국, 두 가족은 서로 주말에 아들을 교환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자고 합의한다. 료타는 류세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고, 유다이는 게이타를 맞이한다. 고장 난 장난감도 쉽게 고치고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네는 유다이의 모습에 게이타는 조금씩 적응해가지만 엄격하고 낯선 환경의 료타 집에 적응하지 못한 류세이는 끝내 가출하여 원래 집으로 달아나고 만다. 료타와 유다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야기는 재판 과정에서 담당 간호사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절정에 다르게 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가 최근 인기가 많아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동명인 괴물이라는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가 판을 치는 요즘 시대에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 경의를 표하는 팬들이 늘어났으며 감독의 이전 작품도 찾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난 배두나가 등장하는 <공기인형>으로 처음 만났으나 그땐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고 실질적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란 작품을 통해 팬이 되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책 또한 직접 집필에 참여하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고레에다 감독은 딸을 낳고서도 작업 때문에 가족과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거의 잠만 자러 들어오는 생활만 했다고 하는데 어느 날 딸이 집을 나가는 자신을 보고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을 듣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개기가 되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난 최근 반년간 애들을 바꿔재우면서 지금까지 료타 씨가 게이타와 함께 보낸 시간보다 더 오래 함께했어요.” 난폭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육 년을 줄곧 지켜보기라도 한듯한 일방적인 편견이다. 자기도 모르게 거친 목소리가 나올 뻔한 것을 참고 잠깐 뜸을 들인 후에 받아넘겼다. “시간이 다는 아닐 텐데요.” 료타는 은근슬쩍 경제력을 문제시했다. “무슨 소립니까.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시간이라고요.” 유다이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료타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유다이가 료타를 똑바로 바라봤다. 료타도 그 시선을 맞받아 쏘아봤다. “아빠 역할도 대체할 수 없는 일인 텐데.”

p.19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묻고 있다. 혈육으로 엮인 존재로서의 아버지, 성심성의껏 자식 곁에서 함께 성장하는 아버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아버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버지. 작가는 책을 통해 어떤 아버지가 진정한 아버지인가?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독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양육방법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옳지 못한 것과 그릇된 것은 존재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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