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뚫는 한국사 - 시대를 뒤흔든 문제적 인물들
홍장원 외 지음 / 날리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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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장기획이란 유튜브 채널은 사실 몰랐다. 역사에 관한 지식을 유튜브를 통해 볼 때는 최태성, 설민석, 임용한, 그리고 황현필 정도였다. 고리타분한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또 흡입력 있게 풀어내는 장점이 있는 채널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꿰뚫는 한국사>라는 역사책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지은이가 엠장기획,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엠장기획에는 여러 코너가 있는데 그중의 <역사 뇌피셜, 그놈>이란 코너는 누적 조회가 무려 5억 뷰나 된다고 했다. 역사를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하길래 누적 조회 수가 5억이나 되고 책으로 출판되다니.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책을 펼치는 수밖에.

<역사 뇌피셜, 그 놈>이란 코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꿰뚫는 한국사>는 한국사를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이점은 연산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숙종들과 같이 성군이 아닌 인물을 다루고 있으며, 왕이 아닌 인물이지만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업적을 남긴 인물도 소개되어 있다. 한명회, 차지철과 김재규, 김형욱 등이 대표 인물이며 이름도 거론하기 싫은 친일파 인물도 책에서는 다룬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문제적(?) 인물들을 다루는 역사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역사학자뿐 아니라 프로파일러가 패널로 등장하는데 그 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프로파일러의 관점으로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수록해 놓았다.

연산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폭군이다. 자신의 행보에 반하는 자가 있으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 무법자였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것은 아니다. 다른 선왕들에 비해 학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초기 집권 시기에는 내신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국정운영도 잘하였다. 하지만, 외척의 등용을 두고 삼사의 유생들과 갈등을 빚었고 어머니 윤 씨가 사망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신의 말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사람은 사형을 집행하기 일쑤였고 전국 각지에서 미모가 출중한 여인들을 반강제적으로 데려와 음주 가무와 유희를 즐겼다. 이를 성균관 유생들과 원각사 스님들이 비판하자 모두 쫓아내고 원각사로 흥청이를 데려와서 놀았다. 하지만, 폭정과 향락에 빠져있던 연산군에도 일편단심인 장녹수라는 여인이 있었다. 장녹수는 항상 자신의 편에 있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 엄마 같은 존재였다. 엄마의 죽음을 몰랐던 어린 연산은 왕이 된 후 그 사실을 알았으며 더욱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것이고 30대였으나 16살의 외모를 가진 장녹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었을 터. 프로파일러 배상훈은 연산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연산군 행보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문가적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연산은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아버지를 지워냈다. 또한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어머니를 끊임없이 되살렸다. 연산에게 '채홍사'는 아버지가 준 힘으로 어머니를 살린 도구였다... (중략)... 포식자로서의 퇴행적인 성적 놀음이라는 권력 행위 뒤에는, 이상적인 부인이자 어머니로서의 신씨와 현실적인 성적 대상이자 가릴 것 없는 성숙한 녹수라는 두 여성이 있다. 아가페와 플라토닉 러브가 공존했을 것이다.... (중략),,, 연산이 꿈꾸었던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 완벽한 무언가는 결국 신씨와 녹수, 세자, 세자빈이었을 것이다.”

한명회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가득했다. 간지러운 수양대군 옆구리를 쿡쿡 찔러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자기가 보필하는 사람의 최측근으로서 그가 왕이 된다고 하면 한명회 또한 지금껏 누리지 못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세종의 장남이었던 문종이 단명하여 나이 어린 단종이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 왕이 한명회는 눈에 가시였다. 수양대군을 왕으로 옹립해야 하는데 명분은 부족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순간 김종서, 황보인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인재를 등용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명분을 삼고 거사를 치르기로 한다. 간악한 권신들이 자신들에게 줄은 댄 몇몇을 관직에 앉히고 어린 국왕을 농락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논리였다. 김종서와 황보인 등 수양대군의 반대파에 해당하는 이들은 모두 철퇴를 맞아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수양대군은 조선의 제7대 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과거의 치세를 그리워하는 관료들과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새로운 군주 사이의 갈등은 정치적 균열을 낳고, 그 균열을 파고드는 야심가의 출현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한명회는 정치의 부재 시기에 폭력을 정치로 바꾼 간웅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한명회에게는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폭군을 몰아내는 것도 아니고, 복수심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권력욕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에서는 수양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한명회가 거느린 깡패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순전히 출세하고 돈 벌고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프로파일러 배상훈은 위와 같이 말하며 계유정난을 이렇게 평가했다. ‘권력욕에 찌든 깡패들의 살육난’ 계유정난이 전에는 고려 시대 목종을 폐위시킨 강조의 정변이 있었고 이후에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가 있었다. 이 모든 사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린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 보여주는 원인과 결과를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경고가 담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꿰뚫는 한국사>라는 책의 의미는 크다.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 시대를 뒤흔든 문제적 인물들의 삶을 살펴봄으로써 문제의 역사를 인식하고 똑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신선한 시각을 <꿰뚫는 한국사>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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