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통에 관하여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정보라 작가의 책은 [저주 토끼]로 만났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책의 띠지를 보고 덥석 물었다. 책은 기대에 부응했다. 무서웠다. 또, 불쾌했으며 이에 따른 소름과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S.F 소설을 많이 접해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책 중에는 이런 책이 없었다. S.F 소설이라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건 아직 나만 보는 걸로 하고 아이에겐 무섭다고 아직 읽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정보라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고통에 관하여]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의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미래의 이야기이다. 고통이 존재하지 않은 세상의 등장!!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도 없는 완벽한 진통제 NSTRA-14가 등장했다. 고통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유토피아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사라지자 고통을 추구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사람은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면 고통을 이겨내는 자만이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신흥 종교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종교집단이 보기엔 진통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는 눈에 가시며 사회악이다. 그들은 드론은 이용해서 제약회사에 테러를 감행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테러 사건 이후 교단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온몸이 고문 흔적으로 가득하고, 체내에서 다량의 약물이 검출되었는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신흥종교의 지도자 들이었던 것이다. 테러 사건의 범인인 '태'와 형인 '한' 그리고 정신과 의사'엽'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고통이 사라진 세상에서 고통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스스로 한계를 규정 짖지 않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에 극한의 고통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지금의 사람들.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고통이 사라진 세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모습일까? 작가는 고통의 의미를 소설을 통해 재정의하고 있다.

등장인물 이름들이 모두 한 글자 이름이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 힘들었는데 그 또한 작가가 인물들에게 특징들을 부여하고 작명한 것이라 읽다 보면 이름의 의미 또한 되새기게 된다.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는 이전 작품에 비해 더 단단해지고 치밀해졌다.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플롯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스릴러는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