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에 산다. 정보력이 부족해서인지 모르지만 부산엔 크게 부산 시립미술관과 부산 현대미술관 두 곳만이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 갤러리나 미술관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찾아야 되는지도 몰라서 못 가고 있다. 가끔씩 부산문화회관에서 유명한 거장들이 기획 전시를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찾은 공간은 여기 두 곳이다. 그래도 제2의 도시라고 하는데 미술관이 너무 적다. 속상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 가로 자기 위로를 애써해본다.
미술관 관람은 어렵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제한되어 있으며 제목이랑 재료만 소개되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제목마저 무제이다. 난감하다. 하필이면 도슨트가 없는 시간이다. 미술관 관람에 대한 여러 책을 읽어보았는데 공통분모로 아무런 정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받아라고 적혀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개인이 관람하는 것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관람이기에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느끼는 감동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같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할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작품을 바라보았다. 모르겠다.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마저 감상평이면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관람하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산 시립미술관에서는 이우환 공간이 따로 있다. 일본에 예술운동인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 만큼의 영향력을 일으킨 이우환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여기에 방문하기 전에 왜 이우환 공간이 부산 시립미술관에 생겼는지 이우환이란 자가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책과 인터넷 정보를 통해 만나고 갔다. 이후 이우환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이처럼 나 같은 예알못(예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어야 작품의 가진 진정한 의미에 10% 정도 다가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를 찾는다. 도슨트가 있는 시간에 맞춰서 가거나 예약 신청을 해서 방문한다.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할 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면서 알아갈 때 작품 감상이 내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나 활동하는 화가들과 작품들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다. 반면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누군지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도슨트 정우철은 이런 작가들을 엄선하여 미술관에 대한 정보부터 중요한 작품과 작가들의 삶을 너무나 친절하게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설명해 주는 책을 출판하였다. [미술관 읽는 시간]에 김환기, 장욱진, 김창렬, 이중섭, 박수근, 나혜석, 이응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작가의 작품에 중점을 둔 책이 아니라 미술관에 중점을 둔 책이라는 것, 미술관이란 공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글은 정우철 작가와 미술관 앞에서 약속을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도착한 미술관의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며 그날의 햇살이며 풍경이 마치 옆에 같이 있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