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최근에 구입해서 읽었다. 사실 밀란 쿤데라의 책은 안 읽어도 어떤 스타일인지 무엇을 말할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소설을 거의 다 읽었고 집에도 많이 있다. 그래도 구입한 이유는 단 하나, 그의 나이가 86세라는 사실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기를 간절히 그리고 불안하게 기원하면서 주문서를 넣었다.

20여 년 전의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운명의 춤등을 읽으며, 바라보며, 참으며, 생을 사유하고자 애쓰며 불안한 젊은 시절을 살아냈다. 그를 이해하기란 너무 어려웠지만  매력있고 흥미로웠다. 그의 문학론, 에세이 등을 사 모았던 것을 보면 얼마나 간절하게 이해하고 싶었는지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웃음이 난다.

그런데 이 노작가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를 통해 나에게 작별하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스운 것에 대한 성찰에서 헤겔은 진정한 유머란 무한히 좋은 기분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해, 잘 들어, 그가 한 말 그대로 하는 거야, ’무한히 좋은 기분‘, unendliche Wohlgemutheit 말이지. 조롱, 풍자, 빈정거림이 아니야. 오로지 무한히 좋은 기분이라는 저 높은 곳에서만 너는 사람들의 영원한 어리석음을 내려다보고 웃을 수 있는 거라고.’-99 페이지-

 

 

네 주위를 둘러보렴. 저기 보이는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건 아니란다. 물론 지금 내가 한 말은 진리 중에 제일 진부한 진리야. 너무 진부하고 기본적인 거여서 이제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귀 기울이지도 않을 정도지.’-132 페이지-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147페이지-

 

존재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다고 했던 작가가 이젠 그것이 존재의 본질이라고 귀뜸해주고 있다. 용기를 내서 무의미를 사랑하라고 속삭인다. 아직도 그의 작품 속에서 헤매는 나는 이제 처음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그의 기분 좋은 유머와 내 의지가 아닌 삶을 사는 것, 하찮고 의미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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