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걷다
김태빈 지음 / 레드우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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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육사는 노회로 배반할 청춘 없이 끝내 살았다. 나는 배반할 거리도 없는 청춘을 내내 살았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 나는 두 삶의 간극을 확인하고 부끄러웠다.


P79 나는 2014년 이곳을 처음 답사했을 때의 장면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때는 여름이었는데, 육사가 고문으로 마지막 숨을 거둔 건물과 건너편 건물 사이에 푸른 덩굴이 드리워져 있었다. 포도나무 덩굴이었다. 일행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육사의 <청포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P209 나는 오래 고민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외로움이다. 육사와 동주는 자신의 미래를 짐작하지 못했을까? 그 영민한 지성이 그럴 리 없다. 행동이 투명해질수록 파멸은 가속됨을 둘은 알고 있었다. 감당해야 할 앞날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여기에서 자기다움의 자세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지금 도 우리가 육사와 동주를 기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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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걷다라는 독특한 책, 이육사의 자취를 따라 답사를 하며 집요할 정도로 기록을 한 멋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육사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탄생할 수 없을 책이 아닐까 싶다.

김태빈 작가는 국어교사이지만 그저 교실에만 머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직접 본인이 역사 인물과 관련된 장소를 국내 외를 가리지 않고 답사를 하고 또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추적하고 만나면서 그 인물의 입장에 서서 철저하게 사유하고 기록한다.

그래서 이육사라는 인물이 그저 저항시 몇 편만을 남긴 항일시인이 아니라 직접 나라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했던 사람임을 밝혀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육사라는 인물에 대해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추적을 해낸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난다.

그는 이육사를 단지 좋아하는 국어교사에 머물지 않고 이육사가 살았던 것처럼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진정한 오마주가 아닐까.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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