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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이 ㅣ I LOVE 그림책
크리스티안 로빈슨 지음 / 보물창고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글씨 읽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림만 있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다른 것에 방해 받지 않고 그림을 조용히 응시할 수 있는 찰나의 그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생각보다 즐겁더라고요. 늘 정답을 찾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훈련을 한(?) 한국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글씨가 없는 책의 자유로움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글씨 폰트나 크기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에 좋은 그림책을 망칠 일도 없고 오롯이 작가의 그림 안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들과 이야기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보지 못한 그림의 작은 부분을 캐치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기 때문이지요. 가끔 그림만 있는 이런 종류의 그림책을 꺼내놓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종알거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때보다 더 귀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 뉴욕공립도서관 등등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어린이 책입니다. 타이틀도 화려하고 칼데콧 상으로 눈부신 경력을 자랑하는 작가도 무척 경이롭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또 다른 나를 만나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는, 어떻게 보면 굉장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림은 참 소박하고 담담합니다. 생생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시선을 그림에 오래 머물게 합니다. 또 다른 세계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아름다운 모험, 어른의 마음으로는 참 부럽기만 한 상상의 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