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 이승만 연구 - 한국 근대국가의 형성과 우파의 길 역비한국학연구총서 26
정병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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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유명한 작품이 된 것은 미 남북전쟁기 전쟁을 겪는 미국인의 유형을 네 가지로서 주인공 네 사람을 표방하여 분석한 것이나 다름없어서이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레트 버틀러는 그 중 경쾌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결코 유쾌한 인물이라고 할 수 없다. 전쟁을 활용하여 치부를 하고 그것으로 종전 이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다져간다. 그러나 그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고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쓰며 자신의 마을의 어른들에게 빠짐없이 인사를 하고 애쉴리의 나약함을 비웃고, 그 아내의 진실성을 간파하는 인간미를 과시한다.

갑자기 레트 버틀러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려지는 이승만이라는 인간형에 대한 점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초대대통령인 그의 인간형을 그리면서, 레트 버틀러라는 인간형에서 경쾌함마저 배제한 싸늘한 시선을 포함한 점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좋은 가을 밤, 아이들을 간신히 재우고 얻은 독서시간에 나도 참, 시나 소설을 읽지 못하고 결국은 손뻗은 것이 이 책이다. 술술 읽혀가는 것이 야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며, 잠깐 읽다 멈춘 것은 휴게소에 잠시 내려 담배 한 대 끄슬릴 때 그 기분이다. 나야 관심사의 '바로 그!' 책이고 손안대고 가려운 곳을 긁게 되는 기분으로 저자의 수고에 감사하며 읽는 처지니 아주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어떨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재밌고 흥미로운 사실들로 가득 찬 책이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 자체에 대한 기분을 잡치는 것은 이 책을 풍부한 자료로서 드러나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풍모.

이 책에 대한 서평, 다분히 감정적이지 않을 수 없겠다.

나는 어쩌다 한국현대사의 여러 자료를 관심읽게 읽어가고 있을까, 애초에 몰랐다면 마음편히 살 것을.

읽어갈수록 부끄럽고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에서 아옹다옹하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게 냉소적이고 새삼스럽게 부끄러울 필요 없고 어차피 새로 돋는 아침이면 다 잊고 또 하루를 살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기분은 "윤치호일기" 읽을 때와 동일한, 아니 더 수치스럽다는 기분이다.

일제 치하 이후 해방과 건국과정의 격동기에 이 땅의 지식인계층,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의 모양새, 사적이고도 공적인 '자수성가' 과정은 어쩌면 이다지도 외세의존적인가? 외다리신세인가? 한 개인의 생존과 안정, 안존을 위한 가치관과 삶의 태도 그 자체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한없이 부끄럽다. 그 얄팍한(미국화, 기독교화=서구화, 근대화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그 현실주의) 꿈과 미래에 의지하여 한 나라를 건설하고 최고위층에서 버젓이 최고의 권력을 영위하였단 말인가? 독재의 기틀을 다지면서?  권력투쟁에서 밀려나간 이 땅의 수많은 인민들의 피가 덧없다. 

그 얄팍함이 이 땅의 모든 다른 새로운 꿈들의 숨통을 조이고 말살시켰다니, 한 사람의 정치적 야망과 생존을 위한 외교술, 선교목적의 식민지 엘리트 그 교육세례를 받은 자의 선택과 그 의식에 남한이라는 땅덩이의 정치적 의식과 발전의 수준이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결론맺었다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책 읽으면서 한숨을 쉰다. 아, 그래서 이기적인 기독교, 백인우월주의의 그것을 닮은 자본, 미국의 자본주의 그 꿈에 눈먼 채 파랗게 뻘겋게 핏멍들어가는 것이로구나 하면서 말이다.

아직도 키우지도 못한 채 싹틔워보지도 못한 채 잘려나간 자신의 꿈을 어디서 잃어버렸는가 주춤거리면서 말이다.

어쩌면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꿈일런지 모른다. 아직 꿈꾸지 못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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