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세계-체계 분석을 통해 구성한 자본주의의 역사,『자본주의 역사강의 』

* 작년 가을에 대학원에서 학술강좌 형식으로 백승욱 선생의 강의가 기획되었는데 강의를 토대로 작성된 논문이 이번에 책으로 나온 것 같다. 백승욱은 최근 한국에서 세계-체계론적 관점을 통해 동아시아 세계질서를분석하려는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소장학자인데 그의 분석이 과연 어떠한 영향력을 지닐 수 있을런지 잘 모그렜다. 지레 짐작이지만 그가 동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것이 아닌가한다.

세계경제 중심지 동아시아로 이동

동아시아 정치·경제적 위기 근대자본주의 무너뜨릴 파괴력과
체제 갱신할 잠재력 동시 지녀 ‘세계체제분석’ 틀로 전망

 전세계의 눈길이 지금 동아시아로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최근 눈길이 향하는 중심에는 북한 핵실험 사태가 자리하고 있겠지만, 근본적인 바탕에는 ‘초강대국’ 미국과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사이의 역학관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일본도 수상한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오늘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내일은 어찌 될 것인가? 급변하는 정세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역사강의>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세계체계 분석으로 본 자본주의의 기원과 미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동아시아 관련 국제정세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라는, 현재 대다수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체제를 역사적으로 들여다 본 것이다. 단 1970년대에 이매뉴얼 월러스틴에 의해 대두된 ‘세계체계 분석(world-system analysis)’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통해서다. 20세기 말 이후 진행중인 여러 변화를 이해하려면 시야를 시간적·공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선 기존의 분석틀을 버리고 처음부터 전지구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체계 분석의 눈에 띄는 시각은 자본주의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자본주의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시작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분석틀은 자본주의의 기원이 그보다 훨씬 전인 16세기, 길게는 13~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교역·교환이 이뤄지던 ‘재분배’ 사회였다. 특정세력이 이윤을 크게 남길 수 없도록 종교 등을 통해 억눌러왔다. 막대한 이윤의 창출은 ‘독점’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 16세기(1450~1640년)에 이르러선 독점을 향한 욕구를 더이상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 스페인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대서양의 제해권을 장악한 네덜란드는 사실상 국가독점기업인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원거리무역을 독점했고 부의 축적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자본주의가 싹텄다고 보는 것이다.

»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 헤게모니의 토대인 금융 중심의 축적구조를 안착시키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지금의 전지구적 경제위기는 미국 헤게모니의 호시절과 함께 시작됐고 자본주의의 미래도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달렸다. 자본주의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기존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세계가 이미 시작된 걸까? 그린비 출판사 제공
고삐 풀린 독점의 경향은 중상주의시대(1650~1730년)에 더욱 확대됐고, 장기 19세기(1730~1914년)에 이르러선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이 네덜란드의 패권을 이어받아 자본주의 맹주로 떠오르게 된다. 이전에는 상업을 통해서만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지만, 기계의 출현으로 이젠 생산 영역에서도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인도 등 식민지를 통해 값싸게 원료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이윤은 극대화됐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고이윤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금융이 떠올랐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 헤게모니는 법인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으로 넘어갔다. 냉전체제·군사력 등이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강한 국가’를 배경으로 한 세계시장 독점으로부터 태어나 유지·발전돼 왔다. 자본주의의 상징은 경제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융합’인 셈이다.

이제 미국은 지고 있다. 세계경제 주도권은 축소되고 군사력만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헤게모니는 또 어딘가로 넘어갈 것이다. 세계체계 분석의 대가들은 동아시아에 주목한다. 냉전의 최전선이었기에 미국의 갖은 원조를 받아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동아시아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탈냉전에 따른 정세 변화, 구사회주의권 중국의 편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북핵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적·군사적·정치적 위기가 불어닥치고 있다. 이런 동아시아의 위기는 근대자본주의 체계를 무너뜨릴지도 모를 파괴력을 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축적체제와 국가간체계를 ‘갱신’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동아시아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생산과 금융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일원인 우리는 지금 동아시아를 새로운 축적순환이 시작되는 장소로 만드는 데 동참함으로써 근대자본주의체계를 되살려낼지, 아니면 다양한 사회운동을 통해 기존 체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를 꿈꾸는 대안세계화에 동참할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세계체계 분석으로 들여다본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해 체계 전체의 변화가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이행의 시대’에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단초를 던져준 셈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08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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