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오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을 접하고 망설였다. 일본문학이라 하면 하루키나 류,바나나 같은 이름만 줄창 들어왔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제목부터 건조한 ‘모래의 여자’ 이 책을 읽은 시기도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초봄이었다. 꽃샘추위가 몰아치고 황사바람이 부는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입속이 껄끄러워짐을 느꼈다. 온통 모래와 건조함뿐이었다. 사진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들른 기이하고 이상한 모래구덩이 투성이의 마을에 고립된 남자. 읽다 보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고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말도 안된다. 평생 집 안에 흘러들어오는 모래를 퍼내며 그 속에서만 머룰러 살아야 하는 마을 사람들. 그 속에 갇힌 그는 더 이상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는 외부세계의 즐거움과 나가야 할 필요성을 마을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바깥으로 나가고자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순응하다 못해 이미 모래의 일부가 되다시피 한 사람들이다. 낯선 여자와 함께 모래구덩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한 남자는 회유도 하며 위협도 하고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결국 그도 모래구덩이 안에서의 삶에 안주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더 이상 외부세계로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그의 실종이 미결로 처리됨을 알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고 답답한 소설은 문득 두려움을 안겨준다. 온통 인간의 나약한 속성에 대한 비웃음이 들려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