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교코..한국식 이름으로 하자면 ‘경자’이다. 촌스럽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이지만 이 책에서의 이미지는 한없이 신비롭고 아름답고 건강한 소녀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이 책도 섹스중독자들과 마약의 끈적끈적한 향연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초기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서부터 ‘코인로커 베이비스’를 걸쳐 내려오던 질긴 역사 같은 작가 특유의 허무한 섹스파티와 탐닉은 온 데간 데 없다. ‘교코’라는 생명력으로 가득찬 댄서소녀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치유되어 가는 주변인물과 자신이 있을 뿐이다.
특이하게도 사고댄스가 아닌 정통 남미 댄스를 구사하는 그녀는 어릴 적 주춧돌과도 마찬가지였던 남미의 친구를 찾는다. 환상으로 가득 싸여있던 그 친구의 실제는 그러나 너무도 가련하고 연약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녀는 실망한다. 실망할 뿐 만 아니라 거기서 또 다시 나아간다. 이것이 결말이자 메시지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쿠바로 향하는 그녀는 보이지 않는 행복의 메신저와도 같은 모습이다. 그녀 자신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변에 머무른 사람이나, 머물렀던 사람은 그녀로 인해 행복해졌을 것이다.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볼 기회가 없었다. 교코의 모습이 어떻게 살아났을지 무척이나 궁금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