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삐따카니 - 삐딱하게 바로 보는 현실 공감 에세이
서정욱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2월
평점 :
삐딱한 관점으로 현실에 공감을 더하다
에세이는 늘 편안하고,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드넓은 호수처럼 마음을 편안하고 넓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탁 트인 마음속에는 어느덧 감동의 물결이 잔잔히 일렁인다. 바람결을 타는 호수의 흐름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도 그런 에세이의 기본적인 흐름을 가지고 쓰였다. 특별히 《삐따카니》만의 다른 특징을 찾아본다면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관점과 이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일러스트와의 캐미일 것이다.
《삐따카니》에서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닌 다소 삐딱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우리의 어린 시절 동화이야기를 접목시킨다. 가상의 동화 속 이야기가 이상하리만치 현실과 맞아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하나의 스토리로써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은 늘 상 감추어야만 하는 현실. 직장 상사의 어줍짢은 농담이나 과시에도 박수치고 웃어주어야 하는 상황들은 관계를 위한 처세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남는다. 요즘말로 ‘웃프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삐에로처럼 웃고 있지만 실상 마음속에서는 눈물이 나는 현실이 참 웃픈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
우리의 하이드가 때와 장소를 잘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지. 과격하고 용감한 정의의 하이드는 정작 그를 필요로 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도통 보기가 힘드니...
오즈의 마법사
듬직하고, 당당하고, 용감하고, 전지전능한 아빠의 뒤에는 연약하고, 겁 많고, 나약하고, 힘들어하는 아빠의 진짜 모습이 숨어있다. 그저, 가족 사랑이란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을 뿐.
특히 오즈의 마법사 편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마음.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가족에게는 한 없이 강하고 듬직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혼자 그 모든 짐을 감내해야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아버지들의 현실이 마음을 울린다. “기러기아빠는 더더욱 그러하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종이의 공간을 적절히 메운 그림들과 간단하고 단조로운 문장들은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굵직한 뼈도 분명히 존재한다. 쉽게 읽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인 듯하다. 책에서는 현실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나 처방은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가볍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뿐이다. 고민이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친구의 고민 일부가 해결되고, 자신 또한 그 친구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시대의 자화상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공감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이해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