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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불확실의 미래,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의 자세
- 공감, 차별화, 밝음의 ‘Monkey bars (=Jungle gym)’로 혼돈의 진흘탕을 넘는다.
‘호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하여 속이기 쉬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생성된 이 말은 판매자들이 정보를 잘 모르는 어리숙 한 사람을 속여 파는 행위이자 그 행위에 속아 제값을 그대로 주고 구매한 사람을 일컬어 쓰는 말이다. 물론 제품의 원래 가격을 그대로 주고 산 것을 가지고 사기를 당했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정보만 알았더라도 보다 싸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해 본 결과임은 분명하다.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작금의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정확한 정보나 트렌드를 알지 못하면 뒤처지고 손해 보는 일이 비일비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확하고 신뢰로운 고급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불안한 시대적 흐름 속 혼돈의 물결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따르게 된다면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호갱’에 이르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난세를 해쳐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책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렇게 제안한다. “원숭이의 해, 위기의 터널을 재치와 기지로 극복하라”고 말이다. 2015년의 소비 흐름을 확인하고 2016년을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저자는 소비트렌드 분석을 통해 어제의 흐름을 알고 다가올 해를 준비한다면 혼돈의 물결에 무방비로 휩쓸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피력한다.
그렇다면 작품에서 소개하는 재치와 기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MONKEY BARS’라는 슬로건을 통해 그 정보를 함축하여 표현했다. Monkey bars란 학교 운동장이나 군대 유격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뜻한다. 이 구름다리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을 때, 이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가기가 어려울 때, 구름다리를 붙잡고 단숨에 극복하도록 돕는 기구다. 여기에는 전래동화 햇님달님에 나오는 ‘동아줄’의 성격과 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한 걸음 더 도약하도록 돕는 ‘발판’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악재와 경기 침체, 불황 속에서 이를 탈출할 수 있는 동아줄이자, 그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인 것이다. 오랜 불황과 저성장의 추세를 극복하길 바라는 저자의 염원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러한 성격에 힘입어 2015년의 슬로건이 'COUNT SHEEP'이었다면 이를 토대로 한 다음 해의 전망은 바로 ‘MONKEY BARS(구름다리)’이다. 10가지 알파벳으로 구성된 이 Keyword는 다들 짐작할 수 있듯 다가올 원숭이해에 대한 10가지 주요 정보를 담고 있다.
◈ MONKEY BARS
Make a 'Plan Z' : 플랜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Over-anxiety Syndrome :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Network of Multi-Channel Iteractive Media : 1인 미디어 전성시대
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Ethics, on the Stage : 연극적 개념소비
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 미래형 자급자족
Basic Instincts : 원초적 본능
All's Well That Trends Well :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있어빌리티)
Rise of Architec-kids :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Society of the Like-Minded : 취향 공동체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10가지 항목의 공통점이자 전체를 포괄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저성장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 일반 성인의 집중력이 평균 8초에 불과할 정도로 빠르고 조급한 분위기, 정보매체의 발전으로 온·오프라인의 통합(옴니채널의 확산)이 활성화 된 점,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과부하로 인해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점 등이 대표적 분위기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토대로 각 항목에 대한 공통적 특성을 찾아본다면 ‘공감’, 차별화’, ‘밝음’일 것이다. “모두가 힘든 분위기에서 공감을 통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빠르고 급한 경쟁사회에서 개인을 위한 느림과 여유라는 힐링적 차별화를 두는 것, 경제·사회가 불안할수록 역설적으로 밝은 색채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밝음을 추구하는 것”은 디지털적 개인화와 아날로그적 과거 공동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일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온라인 매체(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를 통한 공감(댓글, 헤시태그 등)으로 과부하 상황에서도 적절한 선택이 가능해지는 부분을 들 수 있겠다. 이로 인해 소비에 있어서도 가성비가 대두되는 점 등은 앞선 3가지 포괄적 특성에서 계속적으로 파생된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개념일지도 모르나 그 당연함을 구체적이고 다르게 꿰뚫어보는 힘이 필요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병신년(丙申年)의 10가지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이해가 보다 빠를 것이다.
포커 게임에서는 승패를 가리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비장의 무기로 숨겨 놓는다. 여객선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여 구명보트를 구비한다. 우리 인생과 소비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모두 ‘최후의 방안’을 강구한다. 플랜A가 최선의 대안이고, 플랜B가 차선의 대안이라면 첫 번째 키워드인 플랜Z를 만드는 것은 ‘최후의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듯 이를 고려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계산해 넣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돈은 적게, 만족은 크게”, “푼돈이라도 개미처럼 모으기(스마트폰을 이용한 앱태크, 각종 포인트의 적절한 사용)”, “고된 현실 속에서 주거 공간의 편안함 추구”, “컬러링북, 나노블록, 홈캠핑 등의 힐링 추구”등은 퍽퍽한 삶 속에서의 탈출구이자 나만의 플랜Z가 될 것이다. 앞서 여러 번 설명했듯 이러한 분위기는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과잉 불안이 크게 한 몫 했다. 그 분위기를 반영하여 불안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또한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두 번째 키워드인 과잉근심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불안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4%만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 어니 젤린스키, 「모르고 사는 즐거움」, 책의 내용 중 226쪽
앞서 공통적 특성으로 공감, 차별화, 밝음을 설명한 바 있다. 그 중 공감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소통’일 것이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소통의 흐름에 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이다. 아프리카TV, 다음 팟캐스트(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초월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미디어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공감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소통하며 찾아내는 가성비적 측면도 눈여겨 봐야한다. 가격대비 성능의 효과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관점에서 저자는 ‘사치의 시대’보다는 ‘가치의 시대’가 대두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미 그 흐름을 반영한 샤오미베터리, 백다방 등의 흥행은 이를 잘 입증하는 사례다. 절대적 가치와 실력이 인정받는 시대다. 공감과 소통의 측면에서 추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트렌드는 바로 ‘연극적 개념소비’이다. 이는 무조적인 선의를 베풀거나 물질을 기부하는 일방적인 통행이 아닌 쌍방향의 측면에서 공유와 교환을 통한 나눔의 소비를 의미한다. 운동하면서 기부할 수 있는 앱 ‘Bigwork'는 본인 또한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어플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자신이 걸은 거리만큼 포인트가 쌓이고 그것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거추장스럽지 않은 착한 기부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자신을 과시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소비에도 연극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저자는 남을 돕는 일을 적용한 마케팅 전략이 대두될 것임을 예측한다. 또 다른 공감의 예로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OO맘‘이라는 용어가 확산되었다. 다양한 맘들은 각자의 노하우와 생각, 전문적인 정보 등을 찾고 공유하며 체계적인 육아를 위해 헌신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아키텍키즈‘라고 설명한다. ’아키텍처(Architecture)'와 ‘키즈(Kids)’를 붙여서 명명한 개념이다. 이는 관련 어플, 식용품, 교구 등 육아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음을 뜻한다.
차별화 측면에서 분류해 볼 때 저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웰에이징(well-aging)이 대두된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가 된 작금의 상황에서 잘 늙는 것에 대한 생각은 나이를 먹어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된다는 것.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나이야 가라”, “내 나이가 어때서” 등 관련 신조어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고, 여행, 화장품, 식품 분야에서도 관련 요소를 반영한 제품군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생태공원과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따라서 자급자족의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반영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있어빌리티’를 통해 같은 것이라도 식상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있어보이게 만드는 센스가 필요한 시기다. 차별화를 통해 개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위와 같은 내용들은 공동체의 발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취향저격을 통한 ‘취향 공동체’의 형성이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운데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관심을 공유하는 이 흐름은 다름을 추구하면서도 공존을 취한다. 뻔하기만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힙합장르로 특화되고, 단순히 노래 부르던 가요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 ‘복면 가왕’등의 특색을 갖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보다 세밀하고 차별화된 취향저격이 필요한 시기다.
밝음 측면에서 저자는 ‘원초적 본능’을 제시한다. 불황과 침체적인 분위기일수록 자극적인 것이 주목받는 다는 것.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것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가식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발전이 그 예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매년 우리나라의 소비 트랜드를 분석하여 한 해를 회고하고 다가올 시대를 전망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를 넘어 다음 해를 보다 의미 있게 준비하고자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전하는 핵심 정보이자 시대를 맞이하는 전략적 지침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 정보의 질 또한 수준이 높다. 당 해를 대표했던 소비 트랜드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과 더불어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음 해를 예측하고, 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그 정보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혔듯 그 동안 정성적 방법에 의지하던 트렌드 분석이 빅데이터 분석의 정량적 기법을 활용하여 보다 정확하고 신뢰로운 옷을 입은 것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동시에 갖춘 이 옷은 분명 작금의 공허하고 불안한 시기를 슬기롭게 넘는 사람을 만들고, 또한 그들을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다가올 원숭이해를 보다 따뜻하고 환하게 맞이해 주리라 생각된다. 겨울철 추운 날씨를 예측하여 보다 따뜻하게 지낼 방안을 강구하는 것처럼 불안의 시대를 분석하여 흐름을 읽고 구름다리(monkey bar)를 통해 재빠르게 침체의 수렁(진흙탕)을 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