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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라디오
모자 지음, 민효인 그림 / 첫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음을 잔잔히 울리는 아날로그의 향기
모든 에세이가 그렇듯 공감으로 시작하는 글은 늘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작가가 살아온 다른 삶을 이야기 하지만 누구나가 살아가는 그런 삶의 과정이기에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다. 특별히 이번 작품은 프롤로그부터 나의 어린 시절과 많이 닮아 있는 모습에 “아 그땐 그랬었지”하며 공감하고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라는 노래가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 배고프게 살았던 당시의 삶을 노래했기에 이를 추억하는 대중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그것이 노래든 일이든 인간관계든지 간에 ‘공감’이라는 소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여섯 살 여름, 장난감 요요가 너무 가지고 싶어 어머니께 떼를 썼다. 장난감을 손에 들고, 아버지께 혼이 날까 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30분이 넘도록 마당에 서 있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번 작품은 ‘방구석라디오’라는 제목처럼 과거 우리 삶에서 빼 놓을 수 없었던 매체인 ‘라디오’를 소재로 글을 풀어나간다. 지금은 원하는 영상이나 라디오 내용, 듣고 싶은 노래나 이야기들을 언제 어디서든 바로 감상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tv든 라디오든 그 날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작가의 선택에 따라 청자에게 전해지곤 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보거나 듣기는 힘든, 그야말로 적시성이 강조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각각의 사연과 주제는 시청자들에게 더 또렷이 다가왔고,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에도 충분했다. 원하는 내용을 아무 때나 들을 수 없기에 제한성이 많았지만, 자신과 관련 없는 내용도 많이 들어보고 좋아하는 주제는 더 소중히 들을 수 있는 다양성이 있었다. 당시에 자기 사연을 종이에 적어서 라디오 담당자 측으로 보내본 일, 그 사연이 읽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라디오에 귀 기울이던 일들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는 모두의 경험이다. 추억은 늘 그렇듯 마음 한 구석에서 잔잔히 피어오르고, 우리는 그 향수에 미소 지으며 그 때를 그린다. 다양한 경험과 추억의 조각들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인생인 것처럼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순간들은 우리 마음의 조각들을 맞춰보는 좋은 시간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조각들에 대한 희망을 전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아름답고 그저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에도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 별은 빛나고 당신은 아름답다. 어째서 아름다운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모든 사실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면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때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진실도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해서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당신이 별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세상의 모든 별들도 당신을 위해 빛날 것이다.
- 책의 내용 中 30쪽
요즘엔 “감정이 메말랐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 고된 삶의 과정이 우리의 마음을 사막으로 황무지로 몰아간 것이 아닐까?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내몰리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감정의 허허벌판에 들어선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점점 더 지쳐가곤 한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그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니 더 피곤하고 힘겨워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그 감정에 귀 기울이는 혼자만의 시간일 것이다. 감성 충만한, 의욕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라는 주체가 바로서야 함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만 살펴보아도 당연한 순서다. 이런 우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홀로서기를 주제로 한, 마음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방구석 라디오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다.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에 읽다보면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되는 그런 책이랄까...?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도시가 너무 밝게 빛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끔은 어둡고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그제야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 책의 내용 中 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