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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손글씨, 시를 쓰다 - 따라쓰기로 연습하는 캘리 라이팅북
허수연 지음 / 보랏빛소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의 감동, 글자의 아름다움
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나, 조형상으로는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한다. 이중에서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Calli는 미(美)를 뜻하며, Graphy는 화풍, 서풍, 서법, 기록법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개성적인 표현과 우연성이 중시되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캘리그라피 중에서
최근 취미 혹은 직업, 교육 측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캘리그라피다. 정적인 취미생활로 과거에는 서예나 공예, 뜨개질, 악기연주 등이 대다수였다면 지금은 캘리와 더불어 컬러링 작품 만들기, 나노블럭, 종이모형 등 그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등장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본인 또한 캘리에 관심이 많아서 등장 초기부터 인터넷이나 책자를 보면서 조금씩 따라 써보곤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식적인 캘리 강좌를 수강한 것은 아니지만 독학으로써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분야이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글씨를 예쁘고 멋지게 쓰기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문장의 느낌이나 흐름에 초점을 두게 된다. 즉 외적인 요소를 넘어 내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이를 통해 명언, 시 등을 보다 깊게 사유하고 음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잔잔한 감동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본인의 작품을 액자에 넣어 작품화 시킬 수도 있으니 정적인 활동임에도 생산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치유의 손 글씨 시를 쓰다》는 이러한 캘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관심 가질만한 작품이다. 새롭게 캘리에 입문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 물론 캘리 그 자체보다는 국내외 명시들을 만나보고, 필사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캘리의 기본적인 자모음 획을 긋거나 개성 있는 글씨 쓰기의 기본을 다지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집필 의도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한 방향을 가진 책이다. 기존 캘리 관련 도서들은 이론서로서 지루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작품은 시를 읽으며 거부감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힐링’에 초점이 맞춰있기에 시를 읽는 것이 주된 활동이고 캘리는 시를 읽는 과정에 사용되는 하나의 기술에 해당되는 것이다. 저자 또한 글씨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시를 충분히 읽고 그 느낌을 구상해보기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살려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씨를 써보도록 권한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시의 한 구절을 온전히 감상하고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각 페이지에서 작가가 제공하는 간단한 팁들은 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 46편의 시를 직접 캘리하는 과정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시와의 교감을 통해 외롭고 지친 자신의 마음을 감싸고 다독이는데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