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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귓속말 - 마음을 두드리는 감성 언어
김기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7월
평점 :
단어가 주는 감동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한 마디 말의 소중함을 잘 간직한 속담이다. 말은 어떻게 사용하고 쓰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양상을 띤다. 그 모습이 너무도 다양하여 쓰임에 따라 실체 없는 무기가 되기도, 감미로운 악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 색을 바꾸고 분위기를 바꿔가며 사람의 입과 입 사이를 돌아다닌다. 이런 말의 근본에는 밖으로 내 뱉어지기 전에 존재하는 ‘단어’가 있다. 간단하고 심플해 보이지만 실상 말보다 그 무게가 무겁고, 바다처럼 깊고 넓은 사유를 지닌 것이 바로 단어다.
이번 작품 《단어의 귓속말》은 이렇듯 언어의 기본적 토대가 되는 ‘단어’를 보다 깊이 사유하고, 그 속에 감춰진 함축적 의미를 다양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글이지만 누구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모두 느끼는 바를 감성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해주기에 독자가 느끼는 공감 속에 단어의 향기가 멤 돈다. 공감과 소통의 단어는 곧 우리의 눈을 거쳐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소통의 단어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속삭이는 달콤한 귓속말처럼 우리의 감성을 자극 한다. 특별히 더해지는 캘리그라피는 글 속에 감성의 옷을 입히고, 중간 중간의 삽화는 그 향기를 더한다.
《단어의 귓속말》이 전하는 단어들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작가 수집한 텍스트 속에서 101가지 단어의 민낯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채집한 단어들은 곧 글 속에서 생기를 가지며, 우리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어온다. 살랑살랑 전해지는 귓속말, 감동의 속삭임 말이다. 누구나가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은 곧 작품 속 단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롭게 등장하고 피어난다. 당시에는 몰랐던 혹은 스치듯 지나갔던 삶의 순간들이 책 속에서는 보다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마치 당시의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사진. 찰칵거리며 채집한 시간의 비늘
사진은 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기억의 덩어리를 압축하듯 포착하는 것이다.
사진은 동일한 세계의 낯선 이면을 끄집어낸다.
그러니, 사진은 찍는 이의 시선과 마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빛깔이 된다.
- 책의 내용 中 121쪽
그렇게 피어난 일상의 기억들은 선명한 이미지와 함께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순간, 이별의 순간, 환희의 순간, 절망의 순간들처럼 희로애락을 경험한 우리의 한 시절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시간. 소멸하는 생을 재는 눈금자
“시간은 물에 젖은 무거운 솜이불이다”라고 니체가 말했다. 젊은 날에는 버거울 정도로 많은 듯 보이고, 세월이 한참 흘러서는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건 지극히 이기적인 심리다.
째깍거리며 사라지는 생의 파편들은, 우리를 떠나 어디로 갔을까?
- 책의 내용 中 125쪽
무더운 여름, 더위를 피해 시원한 휴가지를 찾는 것처럼 지난날 우리의 추억, 일상의 단어들과 함께 찰나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추억. 마음에 새겨진 그리움의 단층
뭐든 그리운 채로 남겨질 때가 아름답다.
떠나간 연인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슬픔에 빠져 살 수 없듯.
문득, 그리워지는 것으로 족하다. 그게 추억의 애틋함이니까.
- 책의 내용 中 170쪽
《단어의 귓속말》은 101가지 단어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환기시킨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신선한 접근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삶의 순간을 잘 보여준다. 친근하면서도 다른 밀도의 삶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추억을 되새기며 생의 파편들을 모아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어가 주는 감동을 느끼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우리에게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