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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스카웃이라는 주인공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들.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종에 관한 차별과 편견을 깊이 다루고 있다.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바라보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모순들을 다루는 《앵무새죽이기》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으며 우리 안에 잠식해 있는 편견의 그물망을 끊어버리길 권하고 있다. 특히 스카웃이 커 나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라는 점은 우리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동심을 느껴보고, 주변인들의 조언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거울삼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보모 역할의 캘퍼니아 아줌마와의 생활 속에서 가정교육의 가치 또한 잘 드러난다. 안과 밖에서의 행동이 동일한 훌륭한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자녀들에게 늘 바른 말을 해주고 사랑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와 다른 식으로 식사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야.”아줌마가 불쾌하다는 듯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처럼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탁에서 무안을 줄 수는 없어. 저앤 네 손님이고, 그러니 만약 그 애가 식탁보를 먹어 치우고 싶다고 해도 그냥 내버려 둬야해. 내 말 알아듣겠어?”
- 책의 내용 中 55쪽
같은 반 친구 월터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짜증을 내는 스카웃에게 캘퍼니아 아줌마가 해주는 대화의 구절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동, 장애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은 생각보다 깊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와 다름으로 인해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차별받는 것은 이해의 부족,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편견에서 비롯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 애티커스와의 대화 속에서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 책의 내용 中 65쪽
이렇듯 정의로운 변호사 애티커스의 밑에서 자란 스카웃과 그의 오빠 젬은 이후 벌어지는 톰 로빈슨의 변호 과정에서도 인종차별이 아닌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들 또한 흑인 톰 로빈슨을 죄인으로 몰고 가는 모습은 울분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한다니, 가슴 아픈 일이다. 사람의 편견과 색안경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 가운데 홀로 투쟁하는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정의로운 행동은 과연 돋보인다. 시대를 거슬러 존경받기 충분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두가 색안경을 쓰고 바라 볼 때 홀로 투명한 눈으로 바른 방향을 바라보던 애티커스 핀치. 그의 소신 있는 모습은 국가를 넘어 모든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정의로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보내고 있다.
오랜 시간 인기를 끌어온 소설 《앵무새죽이기》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솔직하고 분명하게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이중 잣대와 편견을 끄집어내고, 소중한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주제도 잘 담아 놓았다. 즉 사람의 존귀함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나와 ‘다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문화가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