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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닙니다
이승아 지음 / PUB.365(삼육오) / 2014년 10월
평점 :
“내 것이 아닙니다.“
읽어 보기 전에는 보통의 자기 계발 서적과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배우지 않고, 본인의 경험과 삶을 그대로 반영한 어느 블로거의 이야기. 연인에서 부부까지의 23년 인생을 그대로 담은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쭉 글쓴이의 옆에 앉아서 그 마음을 귀 기울여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은 크게 ‘만남’, ‘투병’, ‘이별’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작가와 남편이 만나게 된 사연과 아름다운 시간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암의 등장과 투병생활, 마지막 이별 후의 생활들. 이는 곧 내용 전체가 “삶=만남+이별”이라는 어떤 공식으로서의 의미로도 받아 들여 질 수 있으며, 이러한 공식을 통해 삶 속에서 무언가를 소유하고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음을 제시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돋보이게 하는 글이다.

“아픔과 눈물 속에서도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 부부는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그 엄청난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나봐요. 아픔과 외로움과 절망까지도요!” - p.69
지금을 사는 모두에게 언제 죽음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잊고 평생을 살 것처럼 오늘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랑이라는 표현도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내 남편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오늘 하루인 양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늘 사랑을 퍼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의 선고도 암이라는 진단도 그의 영혼을 파괴하지 못하는 거 같았어요. 그에게 남은 날은 늘 오늘 하루였으니까요. 그 하루 동안 최선을 다하며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었으니까요.” - p.83
너무나도 와 닿는 구절이다. 우리는 항상 당연한 내일을 생각하고 기대한다. 내일을 기대하고 꿈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늘을 소홀히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나 마음먹은 바를 내일로 미룰때가 많아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제임스딘의 말처럼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되 오늘 죽을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위의 구절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오늘’을 소홀히 여기는 태도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우리 현실에 적용하기에 충분했다.
심리학에서는 고통의 순간,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그 변화과정을 ‘충격, 슬픔, 부정 - 거부 또는 부정 - 흥정과 기대 - 수용과 조절’이라는 4단계 변화과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 또한 자신의 현실 속에서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음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수용과 조절’로서 감사의 마음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도록 ‘죽음’이라는 절망 속에서 작가가 느낀 ‘감사함’과 ‘행복’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지금 감사할 게 없어서 날마다 탄식하고 계신가요?
입술에 나오는 건 불평불만밖에 없으신가요?
당신이 가진 것을 바라보세요.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걸을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 p.183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긍정적인 모습에서 사랑과 감사함 등의 긍정적 양식을 차곡차곡 받아 먹는 기분이 들었다. 고통과 좌절 속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안정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상은 변하지 않아도 우리 각자가 가진 생각을 바꾼다면 세상이 변하고 삶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