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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무라야마 유카의 제 129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더욱 읽고 싶었던 책 ‘별을 담은 배’는 6개의 단편들이 모여져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소설집이었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굉장히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깊이 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내용들로 어두운 가운데 빛을 찾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책을 읽은 후의 ‘별을 담은 배’는 어두운 밤에 항해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희망과 행복과 같은 밝은 별을 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선 책의 내용에 있어서 6개의 각기 다른 단편들이 잘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장편으로 완성되어있는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십 대 소녀 사토미이야기, 삼십 대에 갓 접어든 미키이야기, 삼십 대 중반의 사에와 아키라의 이야기, 오십 대의 미쓰구이야기, 그리고 칠십 대의 시게유키 이야기. 이들은 저마다 세대별로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다른 꿈을 좇아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었다. 어둠이 있고 저마다의 상처들이 가득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 행복과 사랑의 의미 그리고 인생의 의미에 차츰 눈을 떠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이야기, 불륜의 모습, 학교 폭력, 전쟁의 상처 등 다소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내용들이 주된 소재로 활용되었지만 그 가운데서 정체성을 찾아가고 쓰라린 기억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차츰 발견해 가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의미있게 다가왔다.
내용과 더불어 책의 번역에 있어서도 김난주님의 섬세한 번역에 감탄하였다.
"아키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꾹 다물고 스스로 잔을 채웠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달을 단숨에 들이켠다.“, ”사에는 자기 잔을 살며시 내밀었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달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p.69 - 깊은 밤 달이 떠 있고, 술을 마시는 장면을 정말 시적으로 표현하였고, 사에의 감정에도 달을 이입시켜서 묘사한 부분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굴뚝 그림자 끝에서 아지랑이가 하늘하늘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금 어머니의 몸과 함께 그녀가 사랑했던 물건들도 타고 있을 것이라고 아키라는 생각했다.” p.70
이렇듯 ‘별을 담은 배’는 6개의 소설 이야기와 더불어 문장의 의미들도 곱씹을 수 있는 책이었고, 탄탄한 스토리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잘 구성된 것 같다. 다 읽고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으로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또 꺼내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