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연애
한나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글로 써내려간 에세이 <어른의 연애>. 경험에 비추어 그려진 글의 느낌은 사뭇 쓸쓸하고 애절하다. 겨울의 마지막 자락, 봄이 생동하기 전에 느낄 수 있을만한 아련함이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손님이 떠나갈 때 남기는 이별의 자국을 꽤나 크고 묵직하게 그려놓은 작품이다. 만났을 때 느꼈던 부푼 감정에 비례하여 이별 또한 그 이상으로 아픔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때론 파랗게 멍들고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가면서 그런 경험 또한 인생 과정 중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진다. 그 당시에는 절대 지울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흐려져 가는 그런 소소한 기억들 말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보다.”

 

그렇게 말이 없는 관계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은 관계

밥 먹을 때 딴 곳만 쳐다보는 관계

그 무슨 말에도 반응조차 없는 관계가 된다면

나는 차라리 이별을 택하고자 한다.

-p.43

 

꿈에 등장할 대상

그리워할 대상

원망해야 할 대상

뜨겁게 사랑할 대상

아무도 없다.

그 공허함이 무거워

오늘도 나의 밤은 한없이 길다.

여름인데도 마음이 시리다.

-p.99

 

변해버린 말투, 무심해진 관계, 익숙함이 지나쳐 소홀함으로 변질된 관계 속에서 우리는 헤어짐을 준비한다. 달라진 상대의 모습에 다른 어떤 이유를 갖다 대어 일반화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슬픈 예감들은 늘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별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저 내가 외면했을 뿐. 흔히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결국 이별이라는 아픈 과정을 겪어 내야만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되나보다. 당시에는 몰랐던 소중한 마음들을 말이다.

 

지나간 연애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이별에 제대로 대어본 사람은 안다. 이제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사랑을 더 이상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아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 당시에는 너무나도 아팠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듯 어느새 조금씩 무덤덤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우리다. 그래서 조금은 덜 아프고, 오히려 그 사람이 예쁘게 잘 살길 바라기도 한다. 너무 아픈 경험이지만 한 때는 좋았던 추억의 파편으로 자리 잡는 굳은살이랄까. 그렇게 우리는 성숙해지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다. 스스로가 굳이 찾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대상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기에 우리는 늘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가보다. 서로의 아픈 마음들을 보듬고,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소중함을 오롯이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게 어른의 연애는 조금은 더 담담하고 넓고 포근하며 안락하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해 준 격려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었던 재촉.

그날 밤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완성시킨 노래는

더 클래식. 김광진의 명곡 <마법의 성>.

 

사랑하는 사람의 무한한 위로가 담긴 곡,

격려와 기다림이 마침내 완성시킨 곡.

그래서 힘들 때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따뜻하지만 느린 소중한 응원 곡.

-p.199

 

참 다행이지?”

이 물음에 숨겨진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당신이어서 우리가 함께여서

서로의 반쪽이 되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참 좋다라는 말.

-p.259

 

지금 사랑에 충실하되 이미 지나간 사랑에 미련두지 말자. 그저 지나가는 좋은 추억쯤으로 생각해두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에 감사하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은 여유롭고 관대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이 결국 어른의 연애가 아닐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미치지 않은 것 보다 못하며, 너무 세게 움켜쥔 모래는 다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기대가 지나쳐 욕심이 되고, 지나친 질투는 때로 상대를 옥죄기도 한다. 서로 행복해야하는 관계인데, 피곤해지는 관계로 변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오롯이 느끼며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랑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 <어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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