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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 - 2016 뉴베리 상 &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39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맷 데 라 페냐 글,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6년 5월
평점 :

듣기만 해도 설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가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네! 라고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고된 세상사에 지친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떤 욕심이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우리 아이들도
모자란 그 한가지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
비룡소의 [행복을 나르는 버스]입니다.
칼데콧 명예상, 뉴베리 상, 코레타 스콧 킹 명예상 등등
여러 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수, 월 스트리트 저널, 보스턴 글로브 등등에서
'2015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상을 받고 이런 인정을 받아야 좋은 책이냐구요?
꼭 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여러 언론 기관과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은 책이니만큼
그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제목처럼 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집 큰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시제이'라는 주인공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할머니를 통해서 말이지요.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쉽게 답이 나오나요?
지금 행복한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한 구석이 코딱지만큼도 없나요..?ㅎㅎㅎ
그럼 같이 책 읽어보아요.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우리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변해있을지
아주 조금만 기대하면서 말이예요..^^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시제이와 할머니.
아마도 일요일쯤 되는 것 같아요..^^
예배를 마치고 나온 시제이와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후두둑 쏟아지는 빗줄기네요.
저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해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오는 풍경과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좋아서 비만 오면
하염없이 창문 밖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이것도 어느정도 철이 들고나서부터의 생각이었지요.
어렸을 땐 저도 시제이처럼 비오는 날은
우산을 써야하고 밖에 나가기도 어려워 귀찮은 날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비가 와야만 나무가 자라고
꽃과 풀도 자랄 수 있어요.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지만요)
비오는 날이 귀찮게 느껴지는 시제이에게
할머니께선 명쾌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비가 와야 나무도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목이 마른 나무가 굵은 빨대로 빗물을 쪽쪽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이지요!

비가 오는 날인데도 할머니와 시제이는 어디를 가는 걸까요..?
시제이가 버스를 타면
손으로 마술을 보여주시는 데니스 기사 아저씨의 재미난 마술쇼를 보며
오늘도 시제이는 버스에 오른답니다.
시제이가 좋아하는 불을 뿜는 악어버스예요.
버스에 오르기만하면 마술쇼를 보여주시는 기사아저씨라니!!
틀림없는 [행복을 나르는 버스]네요.^^

우리나라 지하철을 연상케하는 모습이 보이지요?
옆으로 길게 쭉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예요.
안경을 쓰고 나비가 들어있는 유리상자를 들고 있는 할머니,
기다를 들고 있는 아저씨 등등
버스안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조금은 편리할진 몰라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기란 쉽지 않을 꺼예요.
어린 시제이의 눈에 비친 버스 속 세상의 모습은
신기하고 재미난 것 투성입니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버스에 오른 앞이 보이지 않는 신사분께 자리를 양보한
배려 깊은 시제이.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배워가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저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도, 거리감이 느껴질 것도 없는데
우리들 마음에 자리잡은 '장애우'에 대한 큰 편견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가장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어요.

"시제이, 꼭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귀로 세상을 본단다."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저도 닮아가야겠어요.
기타 치는 아저씨가줄을 튕기며 노래를 시작하자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감고 멜로디를 느껴봅니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지요.
그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 소리라면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감에 빠져들기도 해요.
바로 시제이가 그 경지에 오른 것 같네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모습은
음악이라는 큰 틀안에서
다툼없이, 미움없이, 편견없이
우리 모두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 모습이야말로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이 순간은
모두가 행복하니까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친구네 집에 있는 멋진 자가용이 없어도 말이예요.

버스는 종점에 다다랐어요.
할머니와 시제이가 도착한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요?
버스 안에서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분들께 친절하게 밥과 반찬을 나누어주는 할머니와 시제이의 모습이 보이나요?
주말 오후 할머니와 시제이가 시간을 보내느 곳은 바로
무료 급식소랍니다.
댓가 없는 나눔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할 줄 알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편견없이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조화'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시제이와 할머니가
책을 읽는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조용하지만 참으로 강렬합니다.
큰 집, 좋은 자동차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어른들.
화려한 장난감, 갖고 있어도 또 가져야 되는 욕심꾸러기가 되어버린 우리 아이들.
일상의 평범함이 바로 행복이고
그것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그 행복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느껴봅니다.
형태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인 '행복'에 대한 가치를
아이와 함께 느껴보고 이야기해보고
논해볼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책이 아닐까 하네요.

돈을 쫓는 사람도,
명예를 쫓는 사람도 결국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겠지요.
행복이라는 단어는 딱 하나인데..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참으로 다양하고 다른 걸 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하나속에 무수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단어인것 같네요.
문득 우리 성규는 언제가 가장 행복할까?
궁금해지더군요..
책을 다 읽고 나면..한번 물어봐야겠어요..^^

아이와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 먹듯이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예요.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시제이와 할머니의 모습 말고도
길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 사람들은 어딜 가는 걸까?"
"우산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비가 조금씩 오고 있나봐?"
그림책의 묘미가 바로 이런 거겠지요..?
한쪽의 그림만 보고도 아이와 재잘재잘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말이예요..^^

버스를 탄 시제이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타는 버스랑 조금 다르게 생겼다네요.
"맞아! 지하철같이 생겼다 그치??"
덩달아 엄마인 저도 신나서 대화를 이거 갑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이내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아~나도 마술 보여주는 아저씨가 운전하는 버스 타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저씨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시제이.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나는 듯 상상속으로 빠져드는 시제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우리 삶이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언젠가 한번 길을 가다가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도 우리 아이와 함께 눈을 감고 음악속으로 빠져들어보리라..다짐했어요..^^

깨진 유리창과 문, 지저분한 벽
하지만 아름다움과 행복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요.
시제이의 할머니는 용케도 이런걸 잘 찾아내시구요!!^^
이번에는 무얼 찾아낸 걸까요?
바로바로 건물 사이사로 비치는 무지개였어요.
"시제이 저길 보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쿠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우울하고 속상한 마음 때문에
바쁘고 정신 없는 일상 때문에
놓치고 있는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고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요?
오늘은 아이와 종종 걸음으로 길을 걷지 말고
여유로운 발걸음과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그동안 놓쳤던 예쁜 모습들을 한 두개씩 찾아봐야겠어요.
그게 바로 행복이니까요..^^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독후 활동지도 같이 해보았어요.
독후활동지를 넓게 펼치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그려보는 페이지가 나오네요.
그림을 그리면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동네 모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지구대(경찰서라고 그렸네요..ㅎㅎ)
5분정도 걸어나가면 보이는 공원.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들까지 그려놓고
색칠도 예쁘게(? ㅠㅠ) 칠했어요..
다리보다 팔이 월등히 긴~~~
원숭이 친구들 같네요..ㅋㅋㅋ

틀린 그림찾기도 해보고
내가 그린 마을 그림을 보며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해 보았답니다.
우리 마을에 있는 것들 중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이나 사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친구, 나무, 꽃, 마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다가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이 있나요??
--> 나무 위의 둥지
공원에 가려고 횡단보도에 서 있다 보면 큰 가로수들이 보이고
그 가로수들 위쪽엔 작은 둥지들이 많이 있지요.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보면 무심코 한번씩 보게 되는데
그냥 스치듯이 안녕..하고 지나쳤던 것 같아요.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우리 마을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것 같아
아이도 저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책의 마지막을 보면 시제이의 질문에도 할머닌 웃지 않으시고
무표정으로 계신 장면이 나오는데 할머니는 왜 마지막 장면에서 웃지 않았을까요? 하는 질문에
우리 아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워서 시제이 말을 못들었기 때문에.
그렇네요..사람이 많다 보니 할머니께서 시제이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어요..ㅎㅎㅎ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것들이
남들과 달라야만, 남들보다 특별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것들이 아름답다 느끼는 순간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그런 순간순간에 바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랍니다.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행복의 가치에 대해
아이와 엄마의 마음의 종을 울리게 만드는
비룡소 [행복을 나르는 버스]와 함께 했던 의미있던 책읽기 시간이었답니다.
아참..우리 성규는..엄마 아빠와 재미있게 놀때가 제일 행복하다네요..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행복해져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