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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벌주기
미카엘 에스코피에 지음, 펠릭스 루소 그림, 박정연 옮김 / 예림당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말 안들으면 이제 혼난다~라는 말을 말귀 알아들을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모르는 것 투성이에 실수도 많을 우리 아이들, 어찌보면 당연한
실수이고 모름일 뿐인데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안돼 라는 말들을 쏟아붓고 혼을 냈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어른들도 늘 맞고 예의바른건 아닌데..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을 혼낼 자격이 있는건지
어른들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인 것 같다.
함께 읽으며 함께 생각해보고
아이와 함께 소통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그림책
[말썽꾸러기 벌주기]

아이들이 모여 있다.
아니 숨어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 몰래 식탁 밑에 모여든 아이들.
이 아이들이 무엇을 하려고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있을까?
이건 마치 캠프를 가서 잠들기 전
촛불 하나에 의지해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는
아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진실게임같은 느낌이 든다.

마농, 루카스, 요한, 사라는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아니 이건 마치 내꺼가 더 대단해!!라고 자랑하는 뽐내기 시간 같기도 하다.
뽐내기의 주제가 조금은 서글프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잘못을 해서 엄마 아빠에게 혼이 났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목욕하다 방귀 뀌었다고 지하실에 갇힌 일,
밥을 남기겠다고 하니 주변에 악어들을 풀어 놓은일,
나쁜 말을 내뱉어 개집에 묶인 일 등등
자신들이 받았던 벌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설마 진짜 지하실에 가두고, 악어를 풀어 놓는 부모가 있을까 싶지만
이건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혼이 날때 느꼈던 감정들을 나타낸다고 하니
마음 한켠이 아려오기도 한다.
무심코 홧김에 던진 말들로 인해 아이들이 참으로 많이 상처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이젠 잘못을 한 엄마 아빠에게 벌을 주는 상상까지도!!
으..떨린다..
나도 부모인지라..내가 벌을 받는 기분이 되어 책을 읽어보게 되는 마음..?
어른들이라고 모든 일들을 다 잘해내는 것은 아니다.
때론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을 따지고 들며
벌을 주었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주고 싶은 벌은?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 불끄기!
밤사이 엄마 아빠 옷 바꿔놓기!(아빠는 원피스, 엄마는 넥타이 부대..ㅋㅋㅋ)
학교 다시 보내기(우악..이것만은..ㅠㅠ)
색연필로 학교 벽 싹 다 칠하기(언제 한다니...?흑흑)
이런 상상을 하는 내내 얼마나 마음이 통쾌했을까..?
세상을 배워가며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들.
한발 떨어져서 다시 보면 조금은 여유롭게
아이들을 이해하며 넘길 수도 있는 문제들이 참 많았는데
너무도 많이 다그쳤던 것 같다.
반성 반성 반성..
어른들은 반성하게 만들고
아이들은 신나서 재미있게 읽어나가는 책인 듯 하다.

물론 우리 아들도 참 재미있게 읽는다.
숟가락으로 목욕탕 물 빼내는 것을 보더니 이거 언제 다빼? 이런다.
엄마 아빠 벌주는 대목에서는 크게 웃지는 않지만..(지켜보고 있어서 그런가?ㅋㅋ)
키득키득 웃음 소리가 절로 난다.
엄마 아빠에게 혼이 날때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우리 아이들.
그런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해하고 조금 더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성숙된 부모의 모습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물론! 아이들은 재미와 함께 응어리 진 마음을 녹여주는 책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