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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김사은 지음 / 이룸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어느 유방안 환자가 육백일 동안 길어올린
반짝이는 생각의 편린들.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김사은 지음
8살 3살.
매일 매일 재미난 웃음과 힘든 짜증과
바쁜 일상으로 전쟁을 치르듯 이루어지는 일상을 겪으며
힘들다는 생각과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사는 엄마인 내가 겪는 수 많은 복잡함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책의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복잡한 문제와 생각이
한순간에 기억의 저 편에서 쪼그라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간간히 보이는 그림과 사진들 속에서
언 눈을 녹이는 따뜻한 봄 햇살같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시로 맺어놓은 작가님의 생각을 읽으면서
그 생각에 공감하게 되고
저런 느낌이 들 수 있겠구나 이해하게 되는 시간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직 암이라는 질병을 겪어보지 않은 나에게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건강 서적도
암에 대한 정보 서적도
치료 과정의 기록서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본심(?)을 엿볼 수 있는 페이지.
그저 느닷없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으며 살고 있는
50대 여성의 일상 속의 편린이라는 말을 들으며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작가님의 생각을
나도 조금은 마음 편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
그녀의 일생을 암에 걸리기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삶의 큰 변환점을 가져온 암이지만
그 힘듦을 겪어내며 괜찮다 이야기하는
그녀의 강인함을 보며
나에게도 충분한 위로의 시간이 될 것 같아
한장 한장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 되었다.

항암 기간 중 직장을 쉬면서 남는 시간에
구토와 어지러움 때문에 책을 읽기도 쉽지 않았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지금 이렇게 무사히(?)책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조차도
호사를 부리고 있는 듯 느껴져
이마저도 긍정적인 기운으로 다가오던 글귀..
'이렇게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행복한 순간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며
이기적이라고 해야할지..
작가님의 기운을 받은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라고 해야할지..

많이 아프고 나면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고
가까이에서 일상을 소통하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그러던가.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며 아프기 전에, 힘든 일을 겪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 곁에서 일상을 나누는 인연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소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가끔 잘 지내느냐 안부를 묻는 우리의 인연들이
결코 가벼운 만남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존경하는 은사님으로부터
괜찮다는 위로의 편지를 받은 그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
"다 지나간다, 아무 일 아니다"라고 김사은 작가님을 다독여 주신 은사님의 말 한마디가
작가님 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결국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그 당연한 진리를 통해 받는 위로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
항암을 이겨내는 동안 작가님은 참 많은 여행을 다니셨나보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 읽다보니
어느샌가는 작가님의 여행 일기를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게 되더라.
본인 스스로가 본인은 참 긍정적인 성격이라 하셨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그 긍정의 기운이 참 많이 전해졌다.
특히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의 느낌을 담은 부분에서는
그런 긍정이 있었기에 이런 여행도 가능했겠구나 하는 감동도 느껴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주변에 큰 수술을 하시고 투병하고 계씬 분들
혹은 그런 분들을 간병하고 계신 분들 생각이 많이 스쳐 지나갔다.
그분들께 참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아 한권씩 담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미쳐 말로 전하지 못한 나의 마음까지도
이 책 한권으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건강하게 살고 있는 내가
암을 이겨내신 분을 통해 위로와 힐링을 받아도 되는지..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정도로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따뜻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