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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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팬데믹에 집중하는 2-3년 사이, 우리 사회에 혐오가 얼마나 더 짙어졌는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숨막히게 깨달았다. 분명 코로나 이전부터 수많은 약자에 대한 혐오는 존재했고 팬데믹 시대에도 마친가지로 우리는 혐오에 노출되었지만, 계속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공포, 끝이 없을 것 같은 불안과 더불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가다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혐오는 무감각해졌다.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팬데믹의 상황보다 더 눈에 밟히는 건 독일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무감증이었다. 시리아 전쟁과 난민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입장과 그에 반하는 극우세력들의 폭력적 시위까지. 주인공 도라를 둘러싼 사회와 인물들간의 관계를 통해 율리 체는 우리가 이러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소설은 비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법 같은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봉쇄령이 내려진 도시와 연인 로베르트로부터 떠나 브라켄으로 간 도라는 극우세력 이웃들과 마주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특히 앞집남자 고테와의 공존은 한국드라마와 같은 전개와 결말이 이어진다(재미지단 이야기😜).

팬데믹 시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혐오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도라는 또다시 일상을 살아갈 것이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삶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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