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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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은 낭독회에서, 북토크에서, 길가다가, 카페에서, 미술관에서 그렇게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나에게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불쑥 등장하는 조연들처럼 친근했다. 그 친밀함으로 한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오은 시인이 던진 질문에 나의 수많은 밤들이 채워졌다. 

지난 몇 개월, 코로나로 인해 마음의 우울감이 쌓여갔다. <다독임>을 읽으며 시인이 내던진 단어 하나하나가 내게 질문이 되어 나의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우울을 하나씩 꺼내주었다. <다독임>을 읽는 건, 과거의 내가 되어보는 일이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새겨보는 일이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 우울의 정체는 실은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은 시인과의 대화는 내 마음에 난 구멍을 채워주기도 했고, 불안과 걱정을 덜어 빈틈을 만들고 여유를 찾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안의 부정적 감정을 일상의 반짝임으로 바꾸어 주기도 했다. 

표지의 소년이 애착 인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매일 이 책을 품었다. 이 시간들만큼은 나에게 오은 시인은 주인공이었다. 도닥이는 손과 다독이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준 시인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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