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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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81p)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고 서있었다.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있었지만, 흠뻑젖은 몸의 흐느낌은 숨길 수 없었다. 속으로만 울어대던 눈물에 마음의 시소가 기울어졌다. 나의 눈물은 무겁고 무거워 기울어진 시소의 한쪽은 다시 올라갈 줄을 몰랐다. 그럴수록 겉으로 보이는 시소의 반대쪽은 가볍게 올라갔다. 

 

 

마음이 자꾸만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을 때, 나는 <소란>을 만난다. 마음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마음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울어져도 괜찮아, 눈물을 감출 필요는 없어, 라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소란>만큼 솔직한 글이 있을까. 습하고 어두운, 잔뜩 웅크렸다가 휘청거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작은 시인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시인의 큰 가슴에 안겨 울고 있다. 괜찮다고 위로받고 있다. 그런 책이 <소란>이고, 그런 사람이 '박연준 시인'이다.

 

 

내 소란스러운 마음에 가만히 놓여진 소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나는 눈물이 차올라, 저절로, 쏟아지는 일을 사랑한다. (108p)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 P81

무엇보다 나는 눈물이 차올라, 저절로, 쏟아지는 일을 사랑한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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