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지음, 고지연 그림 / 난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 때문에 바쁘기만 한 아빠, 밤이면 울어대는 동생 라라, 그런 라라를 돌보느라 지친 엄마 그리고 나나. 라라를 지키기 위해선 그림자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 혼자의 힘으론 부족하다.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빠를 꿈의 나라로 초대하는 나나. 나나와 치즈 그리고 아빠, 나나 탐험대 출발!!

담다담담다담다다다다담! 담다담!

 

나나를 통해 꿈의 나라를, 나나의 나라를 보게 된 아빠는 그 어느 때보다 나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쓸쓸하고 왠지 모르게 슬픈 아빠의 나라를 본 나나는 아빠를 도와주고 싶다. 아빠와 함께 아빠의 기억 상자가 가라앉아 있는 바다로, 나나 탐험대 다시 출발!! 담다담!

 

p.51 "바다예요. 기억과 소망과 마음이 녹아 있죠."

 

p.77 많은 사람이 어른이 되기 전 나쁜 기억을 바다에 집어넣어요. 하지만 기억을 상자에 넣고 바다에 던지면 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아이의 마음을 점점 잊어버리게 된답니다. 꿈의 세계는 희미해지고 현실 세계만 또렷해지죠. 나중엔 꿈을 꿔도 아침이면 기억할 수도 떠올릴 수도 없는 어른이 된답니다. 바다에 상자를 집어넣었다고 해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상자가 부서져 물이 새면 기억이 바다에 스며들거든요. 파도가 치는 바다 앞에 서 있으면 옛날 기억이 희미하게 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지요. 때론 바다가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기도하기 때문에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옛날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답니다.

 

p.124 "모든 기억은 소중해. 그러니까 바다에 집어넣지 마. 라라는 이마를 다쳤지만 언니하고 즐겁게 놀았던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아빠도 엄마도 때론 힘들어서 나쁜 말 하고 무섭게 대할 때 있지만 사실은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할 테니까 아빠와 엄마를 계속 기억해줘."

 

나는 열 살 이전의 기억이 많지 않다. 사실 거의 없다. 수많은 기억들을 상자에 넣어 바다로 던졌던 걸까,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얼마나 단단한 상자길래, 희미하게 떠오르지도 않는 걸까. 상자를, 열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열어본 기억의 상자에는 그동안 기억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예쁘고 아름다웠던 좋은 기억이 함께 있었다. 슬픔에 눈물을 흘리지만, 그 기억을 계속 붙들고 싶다. 나 역시도 내 기억의 상자를 열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어졌다, 비록 눈물나게 슬픈 기억과 함께일지라도. 그래서 조용히 외워본다, 담다담!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 헤르만헤세, <데미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