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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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해, 감탄으로 끝나, 기나긴 여운을 남긴 은희경 작가님의 소설 '빛의 과거'의 후기를 남기기 위하여, 쓰고픈 말들을 쳐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도 많은 소설이다.

 

'빛의 과거'는 1977년, 한 여대의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들의 섞임과 다름의 이야기이자, 서로 다른 기억과 각자의 인생이야기다.  

 

 

p.281 과거의 빛은 내게 한때의 그림자를 드리운 뒤 사라졌다. 

p.333 인간들은 다 자기를 주인공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법이거든.
p.337 기억이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만나 차이라는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차이 나는 것만이 반복되어 돌아온다"라는 말처럼.
 
>> '빛의 과거'는 1977년의 비추어진 과거의 빛에 의해 현재까지 주인공들에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빛은 누구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기억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나의 아픔과 약점이 다른이의 기억 속에선 허위와 가식이 될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아가다보면 그림자로 인한 어둠이 불쑥 찾아오는 것을 느낀다. 어둠과 기억이 함께 만들어낸 모습들이 내게 스며든다. 현재의 빛은 또 어떤 그림자들을 만들어 낼까. 
 
p.181 약점을 숨기려는 것이 회피의 방편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태도가 되어 내 삶을 끌고 갔다. 내 삶은 냉소의 무력함과 자기 위안의 메커니즘 속에서 굴러갔다.
p.300 짓궂은 운명에 휘둘린 게 아니라 회피라는 선택의 한 기착점이었을 뿐이었다. 
 
>> 나는 누구로 살고 있는가? 누구에게나 '약점'은 존재한다. 그 약점을 숨기기 위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운명이 환경이 상황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내가 선택한 태도로 인해 내가 형성되었다. 관성으로 취해오던 방어적 태도들이, 지금의 나의 어두운 부분들이 되었음에 나는 크게 끄덕일 수 밖에. 
 
기억은, 기가 막히게도 편집되고 지워지고 덮어 쓰여진다. 과거의 빛이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고, 내가 행했던 모든 것들을 시간의 힘으로 희미하게 소멸시킨다. 하지만 그 흔적마저는 지우지 못한다. 나의 2019년의 흔적은 어떻게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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