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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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록 불편하고 불쾌해지는 글이 있다. 글 자체가 불편한 경우도 있으나, 글이 표현하고 있는 책 속의 현실이 나의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 있을 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구병모 작가님의 '네 이웃의 식탁'의 경우가 그랬다. 마음을 죄여오는 불편함 그 정체는 모르는척 했던 내 이웃의 모습이고, 외면했던 나의 마음이었다.

'네 이웃의 식탁'은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한 네쌍의 부부가 공동육아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동'이다. 개개인의 삶과 행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모순적이게도 '공동'의 도움없이는 개인도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 책 속에서는 육아가 강조되었지만,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맞춤과 양보라는 그럴듯하고 유연한 사회적 합의(p.174)'에 따라 운영되는 모든 공동체 속의 현실이다.


'네 이웃의 식탁'에서는 네쌍의 부부가 나온다. 8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이들 한 명 한 명은 내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맞아, 이런 사람이 있어'라는 공감을 하다보면 왜 그들이 불편했는지 어느순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마음껏 불편해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며 섬뜩해진다. 왜, 그 모습들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내 모습들을 바라보는 다른이의 시선을, 마음을 적나라게 볼 수 있는 소설이라 마냥 즐길 수가 없었다.

# 그러면서 문득 솟아오르는 의문, 자신은 과연 저들처럼 어디에나 투명하게 녹아들 준비가 되어 있는 백설탕 같은 사람인지, 어떤 바람 한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흔들리지 않고 다만 가볍게 무용수의 팔다리처럼 리듬을 갖고 나부끼는 사람이지. 그런 성정이 없이도 능히 지켜 나갈 수 있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는지, 현실의 공간은. - p.66

바라는 대로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어 준다 치면 상대방은 그 손가락 끝에 있는 걸 볼까, 아니면 손가락을 볼까. - p.74

책을 다 읽는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병모 작가님이 짚어 주었다 보이는 것들이 손가락인지, 그 끝이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너무 어려웠다. 책 속에는 공동육아 뿐 아니라, 프리랜서로의 삶, 남자가 살림을 하지만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인 현실, 남자의 집적거림에 대한 태도, 맘충이라 불리는 여성의 마음 등 수 많은 현실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런 현실들을 개선해야할지. 어쩌면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이 이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버텨나가야 할지 다른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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