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이름은 각기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어 때로는 나를 들어올리기도 때로는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알려진 '조남주'작가님의 짧은 소설집 '그녀 이름은'은 수 많은 이름 중 '여성'이라는 이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이 책 안에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60여명의 이야기가 28개의 소설로 담겨있다. 하지만 '김지영'때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나의 이야기였다.

p.29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이런 목소리 소설은 유독 읽어내기가 힘겹다. 지금껏 삼켜왔던 말을 토해내기 때문이다. 특별하지도 않다. 별일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삼켰던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토해내고 나니 특별하다. 별일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학생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고, 60.70대 이상의 노년의 삶, 그 속에 여자이기에 특별하고 별일이었던 사연들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다. 내 삶을 모두 다 써야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자로 힘든 일도 많이 있다며, 여자들이 그런 반면 남자들은 이러이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그래 안다. 남자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기 힘든 부분들이 많다는 거.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남자로 살아가기 힘든 걸 안다고 해서 여자로 살아가는게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누구가 토해내는 목소리를 들어줄 때는 들어주자. 그리고 힘들었다는 걸, 지금도 힘들다는 걸, 앞으로도 힘들거란 걸 인정하자. 그리고 미래에는 조금 덜 힘들 수 있도록 함께 변화했으면 한다. 

82년생 김지영으로 독서모임을 했을 때, 이런 말씀을 한 분이 계셨다.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이름이 없어요. 여자들만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조남주 작가님의 다음 책이 '그녀 이름은'이었다. 작가님은 왜 여성들에게만 이름을 붙이고 싶었을까. 이 책 속에는 수 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번에도 그 이름은 여자들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고유한 이름을 묻어둔채 살아가는 것과 같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 이름을 잊은채 누구의 무언가로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이기에 나의 이름은 더욱 필요하고 애틋하다. 

p.90 "결혼해. 좋은 일이 더 많아. 그런데 결혼해도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고 너로 살아."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나의 이름을 가지고 나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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